"사실 인정 않는 관념이 우리사회 장애물"
입력 : 2017.06.08 03:02
김훈, 장편 '남한산성' 100쇄 출간… 문봉선 화백 수묵화 실어 특별판
"시대의 하중 벗어난 글 쓰고 싶어"
소설가 김훈(69)씨가 장편소설 '남한산성'의 100쇄 출간을 맞았다. 지난 2007년 학고재 출판사가 낸 소설은 지금껏 99쇄 59만부 찍었다. 학고재는 100쇄를 기념하는 특별판 3000부를 제작해 7일 서울 청운문학도서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김훈씨는 "꾸준히 이 책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이미 역사책에 다 나와 있는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등장인물들의 내면으로 몰고 간 문장의 힘이 많은 공감을 얻은 듯하다"고 말했다. 소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을 당한 조선의 치욕스러운 역사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내면 묘사로 그려냈다. 김씨는 "나는 이 소설에서 여러 등장인물의 평가를 시도할 생각도 없었다"며 "제 의도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여러 조건 속에서 인간의 삶이 빚어내는 풍경을 묘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김훈씨는 "꾸준히 이 책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이미 역사책에 다 나와 있는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등장인물들의 내면으로 몰고 간 문장의 힘이 많은 공감을 얻은 듯하다"고 말했다. 소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을 당한 조선의 치욕스러운 역사를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내면 묘사로 그려냈다. 김씨는 "나는 이 소설에서 여러 등장인물의 평가를 시도할 생각도 없었다"며 "제 의도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여러 조건 속에서 인간의 삶이 빚어내는 풍경을 묘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100쇄 특별판은 작가가 새로 쓴 200자 원고지 120장 분량의 후기를 곁들였다. 문봉선 화백이 지난 1년 동안 남한산성을 수차례 답사하면서 소설 언어를 형상화한 수묵화 27점도 실어 양장본으로 꾸며졌다. 소설 '남한산성'은 청나라의 대군에 쫓긴 조선 지도층이 산성에 갇힌 채 항전이냐 항복이냐를 놓고 언쟁을 벌인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종종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운명에 관한 비유로 해석되곤 했다.
김씨는 "조선의 사대주의는 자랑스러운 역사는 아니지만 약자의 생존술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치욕과 모멸도 역사의 일부"라면서 "사실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호한 관념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내가 '남한산성'을 쓸 때 가장 궁금해한 것은 임금이 산성 안으로 도망쳐왔을 때 이미 산성에 살던 백성들이 임금에게 퍼부었을 욕설의 언어였다"며 "하지만 아무도 그 언어를 전해주지 않았기에 내가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소설의 문학성을 역사적 사실성 앞에 놓았다. "나는 '칼의 노래'에서 병사들이 옥수수를 먹었다고 썼다가 혼이 난 적이 있다. 어느 농학자가 '옥수수는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왔으니 당장 소설을 고치라'고 했다. 옥수수는 바람이 불 때 그 이파리끼리 서로 부딪치면서 슬픈 소리를 낸다. 소설의 이 대목에선 옥수수가 아니면 (그 슬픔의 전달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이 대목을 아직도 고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앞으로 장편소설을 쓴다고 해도 다섯 편이나 더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두 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겠는데, 역사와 시대의 하중에서 벗어난 이야기나 상상 세계의 소설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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