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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받는 國寶 지광국사탑, 어디로 가야 하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3. 12. 22:42

 수술받는 國寶 지광국사탑, 어디로 가야 하나

 

입력 : 2016.03.10 03:00 | 수정 : 2016.03.10 08:44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보존상태 악화… 전면 해체·보수
수리 후 "원래 자리로 돌아와야" "국립박물관으로 가야 안전" 팽팽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60년 만에 대수술을 받는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서울 경복궁 안 국립고궁박물관 앞뜰에 있는 이 탑의 보존 상태가 계속 악화돼 전면 해체·보수 공사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957년 시멘트로 땜질한 부분까지 떨어지는 등 위험한 상태"라며 "부재를 해체해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 2019년까지 보존 처리를 끝낼 계획"이라고 했다.

문제는 '수술' 이후다. 수리가 끝난 뒤 탑을 어디로 가져가야 할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원래 있던 원주 법천사터로 가야 한다"는 주장과 "가장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국립박물관으로 가는 게 맞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이동만 9번, 곡절 많은 걸작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에 나라로부터 '왕사(王師)'와 '국사(國師)'의 칭호를 받았던 지광국사(984~1067)의 사리를 봉안한 탑이다. 화강암으로 제작된 높이 6.1m의 탑으로, 아래 평면이 4각형인 독특한 양식, 탑 전체에 걸쳐 조각된 구름·연꽃·봉황·신선 무늬 등 화려하고 이국적인 풍모까지 갖춰 우리나라 승탑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앞뜰에 서 있는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국보 제101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앞뜰에 서 있는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국보 제101호). 하층부 몸돌에는 화려하게 장식한 가마로 사리를 운반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탑은 우리 문화재 수난사를 대변한다. 일제강점기 법천사터에서 서울 명동으로, 다시 일본 오사카로 불법 반출됐다가 다시 돌아오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0년 현재 자리로 오기까지 최소 9번을 옮겨다녔다. 6·25전쟁 때는 지붕돌에 폭격을 맞아 1만2000개 파편으로 조각났다가 1957년 일일이 붙이고 시멘트로 땜질했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을 떠나 용산으로 이전할 때 다른 석조물들을 모두 가져갔지만 이 탑만은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옮기는 과정에서 더 훼손될 것을 우려해서다.

어디로 가야 하나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존 처리가 끝난다 해도 워낙 상태가 안 좋았던 탑이라 더 이상 야외에서 비바람을 맞으면 안 된다. 탑을 가장 잘 보존·관리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희 보존과학부장은 "현재 상설전시관 내에 있는 개성 경천사지 10층 석탑처럼 실내에서 전시하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석탑 전문가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더라도 보호각 없이 야외에 세우는 건 위험하다. 보호각을 씌워 폐사지에 세우는 것보다는 국립지방박물관으로 가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하지만 원주시 시민단체와 불교계는 "문화재는 원래 장소에 돌아가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법천사터에는 2m 간격을 두고 탑과 지광국사탑비(국보 제59호)가 쌍으로 놓여 있었는데 현재는 탑비만 홀로 서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승탑과 탑비는 세트이기 때문에 한자리에 있어야 한다. 지금 상태는 사람으로 치면 몸과 머리가 따로 있는 것"이라고 했다. 원주시는 16년째 진행 중인 법천사터 발굴 작업을 마 무리하고 종합정비계획 수립에 들어간다. 박종수 원주시청 문화재팀장은 "금당 등을 복원하고 전시관을 세울 계획이다. 지광국사탑이 돌아온다면 이 전시관 안에 놓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문화재청은 22일 오후 2시 공사 시작을 알리는 해체 공사 보고식을 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존 처리가 끝난 후 문화재위원회를 거쳐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