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수인선 송도역. 플랫폼 안으로 전동차 한대가 천천히 들어왔다.
협궤열차 폐선된 인천~송도 구간
복선 전철로 27일부터 다시 운행
오이도~송도 이은 2단계 개통
수원 잇는 3단계는 내년 말 완공
1973년 인천 시내 구간이 폐선된 지 43년 만에 복선 전철로 되살아난 수인선 열차였다. 열차의 궤간(두 바퀴 사이 간격)이 76.2㎝로 좁아 객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승객의 무릎이 닿았다고 해서 ‘꼬마 기차’ 또는 ‘협궤열차’로 불렸던 옛 모습은 없었다.
하지만 열차를 바라보는 이들은 모두 추억에 젖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어릴 적 타본 꼬마 기차는 새우젓·무·배추 등 농수산물이 가득한 시민의 장터였다”며 “과거의 낭만이 어린 수인선이 현대화된 모습으로 재개통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수인선 송도~인천 구간이 다시 운행된다. 인천시는 25일 수인선 송도역~인천역(7.3㎞) 구간을 오는 27일 개통한다고 밝혔다. 6량 편성으로 출·퇴근시간대 10분, 평상시에는 15분 간격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2012년 6월 수인선 1단계 오이도역∼송도역(13.2㎞) 에 이은 두 번째 개통이다.
내년 말 완공 예정인 3단계 한양대역∼수원역(19.9㎞) 구간의 공사도 끝나면 ‘꼬마 기차’가 다녔던 수인선의 구간(52.8㎞·기존 안산선 12.4㎞ 포함)이 모두 뚫리게 된다. 전 구간 공사비는 1조8929억원.
수인선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섰다. 일본은 경기 이천·여주 지역의 쌀과 인천 소래·남동 지역의 소금을 자국으로 반출하기 위해 1937년 9월 수인선을 개통했다. 광복 후에도 60년대까지 수인선은 객차 6량과 화물차 7량이 달린 증기기관차의 모습으로 15개 역을 하루 7차례 운행했다.
하지만 버스 등 교통의 발달로 이용객이 줄면서 수인선도 위기를 맞았다. 73년 송도역~남인천역 구간과 94년 송도역~한대앞 역 구간이 차례로 폐선됐다. 95년 12월에는 한대앞 역~수원역 구간마저 운행이 중단됐다.
조우성(68)인천시립박물관장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수인선을 타고 경기도 안산에 살던 친구 집에 놀러갔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기차가 워낙 작았던 탓에 90년대엔 경기도 화성시의 한 건널목에서 소형버스와 기차가 충돌했는데 버스가 아닌 기차가 탈선해 넘어갔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이번에 개통되는 수인선 전동차의 겉모습은 여느 노선에서 운행하는 전동차와 다름없다. 40년 전보다 내부는 2배 이상 넓어졌다. 또 뒤뚱뒤뚱 도심을 가로지르던 것과 달리 ▶송도역 ▶인하대역 ▶숭의역 ▶신포역 ▶인천역 등 모든 구간이 지하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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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수원을 1시간40분에 걸쳐 오가던 것도 복선 지하철로 재탄생하면서 최고 시속 120㎞의 빠른 열차가 됐다. 송도역에서 인천역까지 차로 30여 분이 걸리던 거리를 10분 내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인천시는 수인선 개통으로 구 도심권과 신도심을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인선 인천역을 통해 경인전철 인천역과의 환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왕래하기가 불편했던 소래·논현지구의 도심 접근성이 대폭 개선됐다. 인천과 경기 시흥·안산 등 인접도시로의 이동도 수월해 졌다.
이만수 한국철도시설공단수도권본부 건설총괄처장은 “수인선을 이용하는 승객만 하루 8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 구간 공사가 완료되면 수인선은 수도권 서남부의 핵심 교통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