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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영박물관 '영원한 인간展'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2. 20. 16:26

"책에서 본 이집트 유물 여기 다 있네"

입력 : 2015.12.19 03:05

[오늘의 세상]

- 대영박물관 '영원한 인간展'
'청년의 두상' 등 15점 출품돼… 대형석상 '세크메트 좌상' 눈길

"이거, 세크메트 여신이야! 책에서 본 거랑 똑같아."

기원전 1300년경의 이집트 여신상을 발견한 류지훈(9)군이 쪼르르 작품 앞으로 달려갔다. 높이 165㎝, 무게 950㎏에 달하는 '세크메트 좌상'이다. 아이는 "인간의 몸에 암사자의 머리를 한 여신"이라며 또박또박 엄마에게 설명했다.

18일 관람객들이 인간의 몸에 암사자 머리를 한‘세크메트 좌상’앞에서 도슨트(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18일 관람객들이 인간의 몸에 암사자 머리를 한‘세크메트 좌상’앞에서 도슨트(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오종찬 기자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영박물관-영원한 인간'전(展)에는 이집트 유물만 15점 출품됐다. 곱슬머리 풍성한 '청년의 두상', '아들에게 젖 먹이는 이시스 여신' 등 이집트 유물은 관람객들이 몰리는 인기작이다.

이 중 대형 석상인 '세크메트 좌상'이 가장 눈에 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신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했다. 인간의 몸에 동물의 머리를 한 모습이 가장 많은데 자연스럽게 동물의 특성이 신의 성격에 반영된다. 암사자는 이집트인들이 가장 무서운 사냥꾼으로 생각했던 동물. 암사자 머리를 한 세크메트 여신은 폭발적이고 위험한 성격으로 역병과 파괴를 불러오는 신이면서 파라오와 이집트의 보호자이기도 했다.

전시장 깊숙한 독방에 홀로 누워 있는 기원전 1000년경 '이집트 여인의 관 뚜껑'도 인기다. 이 미라 관이 출토된 룩소르 서쪽 지구의 기암 절벽 사진이 사방으로 관을 둘러싸고 있다. 크고 푸른 가발을 쓴 여인 모양의 관이다. 이집트인들은 고인이 사후 세계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온갖 상징적 이미지를 관에 장식했다.

왼쪽부터 이집트 제26왕조 '아문-라 좌상', 기원전 2200년경 무덤에서 출토된 '목조 이집트 관리 상', 나무를 깎아 만든 '나체 여인 모양의 거울손잡이' 뒷모습.
왼쪽부터 이집트 제26왕조 '아문-라 좌상', 기원전 2200년경 무덤에서 출토된 '목조 이집트 관리 상', 나무를 깎아 만든 '나체 여인 모양의 거울손잡이' 뒷모습. /대영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는 세계 최대의 문명사 박물관인 영국 대영박물관 소장품 중 '인간의 얼굴'을 주제로 핵심 작품 176점을 선보인다. 첫 번째 섹션인 '아름다움'에선 두 나무 조각상이 이목을 끈다. 뗏목 위에 서서 긴 지팡이를 짚고 있는 '이집트 관리 상'은 이집트 인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즈. 기원전 2200년경의 부유한 이집트인들은 사망하면 무덤 속에 고인의 육신을 대신할 나무 조각상을 넣었다. 관능적인 몸매가 도드라진 '나체 여인 모양의 거울손잡이'는 다산(多産), 모성의 여신 하토르를 연상시킨다.

세 번째 섹션인 '신'에는 고대 이집트의 신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이중 깃털 왕관에 원반 모양의 태양을 쓰고 있는 '아문-라 좌상', 사자 갈기 같은 수염에 혀를 쑥 내밀고 있는 이집트의 수호신 '베스' 조각상도 볼 수 있다. 내년 3월 20일까지. (02)522-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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