賞에 대한 몇 가지 편견
나호열
상은 말 그대로 공적이 뛰어나 귀감이 되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나 일에 내리는 의식이다. 이 각박한 세상에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해 주는 일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격려와 칭찬이 개인을 넘어서서 온 사회에 따뜻하게 고루 퍼질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희망의 등대가 곳곳에 불 밝혀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공적에 대한 인정과 격려, 칭찬을 압축한 상의 빛남은 그 시행에 있어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했을 경우에만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전제조건을 들어보자면 또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겠지만 적어도 공정성과 희소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은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마음 편하지 않음은 불문가지 不問可知일 것이다.
공정성은 정량화定量化 할 수 있는 잣대가 주어지면 충족될 수 있으나 희소성의 문제로 들어가면 그 기준이 모호해진다. 희소성이란 무엇인가?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변별 辨別되어 뚜렷하게 드러남이 아닌가? 이러한 희소와 변별의 잣대는 예술과 같은 창조의 영역에서는 정량보다는 정성적定性的 평가가 우세한 탓에 이런저런 뒷말이 남기 마련이다. 평가자의 선정에 공정성이 주어졌다고 해도, 만인이 수긍하는 행복한 평가는 예술의 영역에서는 그리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은 우리에게 필요한 의식이고 축제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이제 문학에 한정하여 말한다면 어림잡아 오백 여개가 넘는 상이 시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경향의 각 신문사들이 내걸고 있는 신춘문예를 비롯해서 문학잡지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문학상들, 우리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시인, 작가들의 이름을 타이틀로 붙인 상들을 위시해서 대략 발행되는 잡지 수만큼의 문학상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터이다. 그러나 상이 많다는 것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시인, 작가들에게 창작의욕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로 작동하며, 문학 애호가들과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준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문학상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나무랄 일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정작 사려 깊게 짚어보아야 할 문제는 문학상 뒤에 숨어 있는 과다한 상업주의적 의도와 분파 分派적 권위에 시인, 작가들이 스스로 무릎을 꿇는 것이다. 한 해에 발표되는 작품들이 넘쳐나고 일일이 그 작품들의 순도를 헤아리는 일이 지난한 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일차적 창작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이상, 기성 문인들을 대상으로 공모 公募의 방식으로 문학상의 선후를 가리겠다는 것은 문학인의 위상을 침해하는 안일한 방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대상 문인들이 많다 하더라도 심사위원들을 엄선하고 넉넉한 시간을 할애하여 그들로 하여금 상의 취지에 걸맞는 작품을 선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돌아보면 전통과 권위를 쌓은 적지 않은 문학상들은 바로 위와 같은 엄정하고 치밀한 방식으로 수상자를 결정하기에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때에 사단법인 【시와 산문사】는 계간 『시와 산문』을 통하여 새로운 신인문학상을 제정하였다. 인간 삶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문학 전문지로서 묵묵히 외길을 걸어온『시와 산문』은 한 호도 거름이 없이 통권 88호(2015년 겨울호 기준)를 발간하여 왔으며 이제 창간 25주년을 앞두고 전인미답의 창조의 세계로 나아가고자하는 문학도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총 상금 1,500만원에 시와 평론, 에세이, 세 부분에 걸쳐 시상하는 〔2016년 신인문학상〕은 당선자들에게 향후 활동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지만, 또한 당선자의 의사에 반하는 『시와 산문』과 관련된 어떤 제약도 주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문학상의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심사위원의 선정에도 숙고를 거듭하고 있으며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심사기준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방안도 세밀히 검토하고 있다.
돌아보면 올해의 문학계는 모 소설가의 표절 파동으로 적지 않은 풍파를 겪고 있다. 작가 정신의 실종과 분파주의, 상업주의에 함몰된 문독자의 관심과 사랑으로 부터 멀어지고 있으며 삶과의 분투로부터 얻어지는 새로움이 아니라 얄팍한 기발함으로 시선을 끌려는 가벼운 문학이 대중화의 미몽에 빠져 있음은 좌시해서는 안 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위와 같은 편견과 폐해를 넘어서고자〔2016년 신인문학상〕은 오늘의 문학계가 당면하고 있는 난관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근기 根氣와 열정을 가진 젊은 정신을 기다리고 있다. 문은 열려 있지만 아무나 그 문을 통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풍에 맞서며 새 봄을 기다리는 이 겨울이 도전의 열기로 가득 차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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