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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중얼거리다

슬픈 행복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8. 24. 13:43

슬픈 행복

 

오래 전 얘기다. 무대는 대게로 유명한 울진 강구항 쯤으로 하자. 제 철이라지만 대게는 비싼 음식.

으리번쩍한 차 한 대가 음식점 앞에 서더니 명품으로 온몸을 두른 일군의 성공한 가족이 들어 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리 식구가 먹을 만큼 주세요’(대게가 도대체 몇 마리?)

아침 댓바람에 주인 양반은 연신 싱글벙글....(서비스는 곱빼기)

잠시 후 식당 안으로 또 한 식구가 들어왔다. 애들 둘에 아빠, 엄마 (그러니까 네 식구). 아빠는 식단표를 한참 들여다보고 이윽고 주문을 했다.

‘여기, 꽃게탕 소짜 하나 주세요’

음식점 주인이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소짜는 둘이 먹어도 모자라요’

꽃게탕 아이들이 건너편 대게집 애들이 대게를 먹어치우는 모습을 침을 삼키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나는?

혼자서 꽃게탕 소짜 시켜서 먹고 있었다.

(왜 일요일 오후 이 시간에 그 생각이 나지?)

아...잊혀지지 않는다. 다마스 경차를 타고 꽃게탕 식구들이 떠나던 모습이..모처럼의 가족나들이의 행복과 대게 가족을 부럽게 바라보던 애들의 눈망울..

아..행복도 슬플 수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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