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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뜸했던' 문학의 귀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2. 14. 21:18

 

'한동안 뜸했던' 문학의 귀환

시사INLive | 변진경 기자 | 입력 2014.02.14 17:29

문학이 돌아왔다. 출판편집자들에게 '올해의 국내서'를 물은 지 어언 4년, 그간 한 번도 문학서가 순위를 차지한 적이 없었다. 사회과학서, 경제서, 인문서가 약진하는 동안 문학서는 출판편집자들에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출판편집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올해의 국내서' 두 권이 모두 소설이다. 조정래의 < 정글만리 > (해냄)와 정유정의 < 28 > (은행나무)이 그것이다.





< 정글만리 > 조정래 지음해냄 펴냄

장편소설 < 정글만리 > 는 팽창하는 중국과 그 변화에 맞닥뜨린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할 당시 12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냄출판사 이진숙 편집장은 < 정글만리 > 에 대해 "독자들의 시각을 현재에서 미래로 옮길 것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문학의 가능성을 높인 책"이라고 평가했다. 부키출판사 정희용 기획부장 말에 따르면 < 정글만리 > 는 "문학에서 멀어졌던 40대, 남성 독자들을 끌어들인" 책이기도 하다.





ⓒ사진가 작가 조정래의 < 정글만리 > 는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대재앙의 서사를 통해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를 은유한 장편소설 < 28 > 은 많은 출판편집자들에게 '이야기가 가진 힘'을 실감케 했다. 휴머니스트출판사 인문팀 전두현 편집자는 "이야기의 힘만으로 어디까지 독자를 집중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실험처럼 느껴질 정도이다"라고 말했다. 엘릭시르출판사 임지호 편집장은 "한국 소설이 나아가야 할 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전작 < 7년의 밤 > 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정유정 작가에 대한 평가도 후했다. 어크로스출판사 김형보 대표는 "영상을 재현한 듯한 글쓰기와 엄청난 속도감으로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작가"라고 평했고, 계수나무출판사 위정현 대표는 "사회문제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작가"라고 말했다.

두 소설책에 이어 출판편집자들이 '올해의 책'으로 많이 꼽은 책은 엄기호의 <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따비)이다. 2010년 출판편집자들에게 후한 평가를 받은 전작 <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가 20대와 함께 쓴 20대 현장 보고서라면, <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는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 현장 보고서이다. 창비 박대우 학술팀장은 "현재 대한민국 교육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다소 슬픈 마음으로 읽게 되는 책이다"라고 평했다. 따비출판사 박성경 대표 역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처절하게 풀어낸 이 책은 교육이 망했다고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박 대표는 " <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는 또한 망한 폐허를 응시하자고, 희망은 그 응시한 폐허에서 나온다"라고 말함으로써 교육의 미래를 긍정한다고 설명했다.








작가 정유정(위)의 < 28 > 은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정치인에서 작가로 돌아온 '유시민'

유시민의 < 어떻게 살 것인가 > (아포리아)도 올 한 해 출판편집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돌베개출판사 소은주 인문사회팀장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자유로운 작가로 돌아온 저자가 처음으로 선보인 책이지만 '파워 라이터'의 성공적 귀환을 여지없이 입증했다"라고 말했다. "정치인에서 자연인으로 돌아온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다사다난했던 정치 이력을 기반으로 삶의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사색과 성찰을 선사했다"(휴머니스트 전두현 편집자)라는 평가도 내려졌다.

그 외 박해천의 < 아파트 게임 > (휴머니스트), 한명기의 < 역사평설 병자호란 1·2 > (푸른역사), 이오덕의 < 이오덕 일기 > (양철북), 윤태호의 < 미생 > (위즈덤하우스) 등 다양한 분야의 양서들이 출판편집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 아파트 게임 > 은 "'비평적 픽션'이라는 새로운 서술 방식을 통해 아파트로 상징되는 돈과 욕망의 역사를 내밀하게 읽어냈다"(사계절출판사 조건형 인문팀장)라는 점에서, < 역사평설 병자호란 1·2 > 는 "과거 역사로서의 병자호란을 다루면서도 그것을 오늘의 우리가 직면한 과제들을 푸는 데 필요한 반면교사로 승화시켰다"(푸른역사출판사 신상미 부장)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 28 > 정유정 지음은행나무 펴냄

"아동문학가, 우리말 연구가, 교육자가 아닌 이오덕이라는 한 '인간'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책"(동녘출판사 구형민 인문사회팀장) < 이오덕 일기 > 와 "교양 독자를 감동하게 한 첫 번째 웹툰"(알마출판사 성기승 인문1팀장) < 미생 > 도 출판편집자들이 꼽은 '올해의 국내서'에 이름을 올렸다.

변진경 기자 / alm242@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