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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자란 光明에 문학관 세운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3. 4. 09:27

 

기형도 자란 光明에 문학관 세운다

조선일보 |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 입력 2014.03.04 03:03

'영원한 청년 시인' 기형도〈사진〉 25주기를 맞아 6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추모 문학제가 열린다. 광명시는 2017년 '기형도 문학관'을 세우기로 했다.

기형도 문학관은 광명시가 2010년부터 추진해왔으며 KTX 광명역 부근에 건립해 2017년 개관할 예정이다. 대지 1494㎡(약 450평)에 짓는 2층 건물이다. 문학관은 기형도 시인의 육필 원고와 영상 자료를 전시하고 학생들을 위한 문학 체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기형도는 1964년 네 살 때부터 광명시 소하동에서 살았고, 1989년 3월 7일 스물아홉 살에 뇌졸중으로 요절했다. 그는 데뷔작 '안개'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통해 광명시에서 보낸 유년과 청년 시절을 노래했기에 광명 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양철원 광명시 학예사는 "2003년부터 광명 시민들이 기형도 기념사업회를 세워 낭독회와 기형도 집 기행을 운영했다"며 "광명의 운산고교에선 3년 전부터 학생들이 기형도의 시를 연구하거나 노래와 영상을 만드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기형도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기형도 신화'를 일으켰다. 청춘의 불안을 우울하게 노래하되 현실을 뛰어넘는 환상의 미학도 펼쳐보인 덕에 시인 지망생들 사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집은 지난 25년 동안 50쇄를 찍어 순수 시집으로선 보기 드물게 26만5000부나 팔렸다.

기형도 25주기 추모 문학제에서 시를 낭독할 김행숙 시인은 "90학번인 우리 세대가 산 첫 시집이 기형도 시집이었다"며 "기형도의 시를 통과하면서 문학적 감수성을 확인한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청춘이란 희망이 큰 만큼 절망도 깊은 시기라는 걸 기형도의 시가 잘 보여준다"며 "그래서 요즘도 문학 청년들은 '기형도'에서 출발한다"고 덧붙였다.

추모 문학제에서 가수 장사익은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에 곡을 붙인 노래를 부른다. 장사익은 "참외 장사를 했던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라며 4년 전부터 콘서트를 할 때마다 노래해 왔다.

이 밖에 문학제에선 기형도와 함께 연세대 문학회에서 습작을 한 소설가 성석제와 평론가 이영준이 나와 기형도에 얽힌 일화를 들려준다. 배우들이 기형도의 시 '위험한 가계-1969'를 극으로 만들어 공연하기도 한다. 뮤지컬 배우 배해선이 시를 낭독하고 노래 '하얀 목련'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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