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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11. 17. 10:34

 

이 부부의 식탁에는 병자호란이 오르네

시사INLive | 고재열 기자 | 입력 2013.11.16 16:02

최고의 해석은 사실의 완벽한 복원이다. 명지대 한명기 교수(사학과)의 < 역사평설 병자호란 1, 2 > 는 사실만 한 해설이 없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사료까지 꼼꼼하게 살펴서 입체적으로 복원했다. 복원된 사실은 소설 이상의 박진감을 느끼게 만든다.

한 교수는 병자호란 이야기를 안단이라는 포로의 탈출기로 시작한다. 1636년 병자호란의 와중에 청군에게 붙잡힌 안단은 포로가 되어 중국 심양으로 끌려간다. 주인을 따라 북경으로 갔던 그는 붙잡힌 지 38년 만에 탈출을 시도한다. 천신만고 끝에 의주에 도착한 그를 의주부윤 조성보는 청나라 칙사들에게 넘긴다. "고국을 그리는 정이 늙을수록 더욱 간절한데 왜 나를 죽을 곳으로 내모느냐"라고 호소하는 안단을 끝내 외면한다.





ⓒ푸른역사 제공 한명기 교수(왼쪽)와 유하령 작가 부부.

저자의 문제의식은, 동아시아 패권국이자 '슈퍼파워'였던 명나라가 쇠퇴하고 청나라가 발호하던 정묘호란·병자호란 시기에 두 적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던 조선의 처지가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강대국 사이의 약소국이 어떤 처신을 해야 하고 무엇을 스스로 길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400년 전 조선의 방황에서 찾는다. 여전히 '복배수적(腹背受敵:배와 등 양쪽에서 적이 몰려오는 형국)'의 지경인 우리가 감안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역사의 교훈을 들려준다. 저자는 병자호란을 우리가 다시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G2(미국과 중국 양강 체제) 시대의 비망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400년 전 조선은 두 쪽으로 갈려 있었다. '중화국인 명을 섬기고 오랑캐인 청에게 맞서야 한다'는 척화파와 '명을 위해 조선의 존망까지 걸 수는 없다'는 주화파가 대립했다. 저자는 어느 주장이 맞고 어느 주장이 틀리다는 해석보다, 이들의 대립이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진 후 맞선 것이 아니라 맞서기 위해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의견 대립은 어디든 있다. 그 의견 대립이 망국을 낳았던 것은 의견 대립의 근거와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적을 몰랐던 조선은 자신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저자는 "조선은 청의 침략을 감당할 역량이 없었다. 병력의 수, 군사들의 훈련 상태와 전투 경험, 군량미 등 군수 지원 역량, 지휘관의 작전 능력과 책임감 등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청보다 나은 점이 없었다"라고 지적한다.


아내는 병자호란 다룬 소설 펴내


조선이 무모한 전쟁에 나선 이유를 저자는 인조반정에서 찾았다. 반정을 일으키고 '금수의 땅이 다시 사람 사는 세상이 되었노라'고 선언한 인조는 반정의 명분을 위해 명에 치우쳤다. 떠오르는 청을 견제하기 위해 조선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던 명은 인조의 책봉을 늦추며 조선을 흔들었다. 저자는 중국 쪽 사료를 살펴 당시 중국에서도 명분론을 내세우며 광해군의 복위를 주장했던 관료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병자호란은 1636년 12월9일에 시작해 1637년 1월30일에 끝났다.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남겼다. 삼전도(三田渡)에서 인조는 청 태종에게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세 번 절하면서 그때마다 세 번씩 머리를 땅에 조아리는 것)'를 행했다. 9년 전 정묘호란을 겪었고 44년 전 임진왜란을 겪었지만 조선의 위정자들은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했다.

병자호란으로 인해 50여만 조선인이 청에 붙잡혀갔다. 한 교수의 부인 유하령씨는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남편의 병자호란 연구 성과를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스무 살, 열일곱 살 나이에 청에 끌려간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소설 < 화냥년 > 은 한겨울에 끌려가다 얼어 죽고 맞아 죽고 병들어 죽고 압록강에 뛰어들어 스스로 죽은 포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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