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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백석의 시/백화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1. 20. 12:00

 

백화(白樺)

 

백 석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甘露) 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백석 시선집 '모닥불' 1988년 솔출판사)

 

 자작나무는 겉은 하얗지만 속은 검은 기름으로 가득하다. 온몸에 불이 붙으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라 한다. 한자로는 백화 白樺, 말 그대로 하얀나무인데, 우리 말이 훨씬 정감있고 사실적이다. 자작나무는 북위 45도 이하에선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하는데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인공림으로 조성한 자작나무 숲이 있다. 인제 수산리와 또 그 인근에 한 군데에 대규모 자작나무 숲이 만들어져 있다는 얘기를 오래 전 들었다. 겨울이 오면 그곳에 가보리라고 몇 년 째 마음을 궁글리는데 몸이 따라가 주지 않는다. 백석의 시 「백화(白樺)」는 서로서로 마음을 건네주고 몸을 사루어주는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을 생각나게 한다. 겨울이 없다면 인간은 한껏 게을러지고 오만해질 터. 올 겨울엔 꼭 그곳에 가보리라. 북풍과 한설에 한 번 맞서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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