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암 가는 길 / 나호열
몸에서 모과 향기가 나네 큰 길 벗어나 한참을 걸어도 욕계는 끝나지 않고 익숙해진 문과 헛된 이름들 그 사이를 지나는 몸만 무거워지네. 숲을 물고 산새는 어디로 가나 어디를 둘러보아도 모과나무는 없다 썩어가면서도 깨물고 싶은 그 향기, 먼 길 미련 버리지 못할 때 다리부터 풀리는 것이 우리네 그리움이지. 가파른 백팔 계단 어질하게 즈려 밟으니 풍경소리 떨어져 내리는 내원암 앞마당. 이제서 그대 마음 언저리에 와 닿았구나 정상을 탐내는 이들을 위해서 이쯤 댓돌 위에 주저앉아 가을을 읽는다 처음부터 모과나무는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몸 속에 숨어든 모과는 어디에서 스며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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