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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스크랩] 저녁 무렵부터 새벽까지/나호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9. 8. 21. 22:59

 

              

 

 

 

 

저녁 무렵부터 새벽까지

 

                                              시 : 나호열

                                            그림 : 김성로

 

 

 

 

그대 외롭다면

저녁 무렵부터 새벽까지

걷고 또 걸을 일이다

희뿌움한 새벽 보다 가까운 곳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그대보다 힘 센 동물의 그림자로

가까이 다가온다면

그대 아직 외로운 것이 아니리라

 

그대 슬프다면

저녁 무렵부터 새벽까지

걷고 또 걸을 일이다

눈물이 새 순처럼 돋아나

잎 틔우고 꽃 피고 질 때까지

금강석이 되지 않으면

그대 아직 슬픈 것이 아니리라

 

외로움도 늙고

슬픔도 익어가리

저녁 무렵부터 새벽까지 침묵할 수 있다면

 

출처 : 김성로(KIM SUNG RO)
글쓴이 : 솔뫼 김성로 원글보기
메모 : 대학시절에 밤새워 걸어본 적이 있답니다. 걷다보면 슬픔은 더이상 슬픔이 아니고 외로움은 더이상 외로움이 아니더군요. 푸른 새벽의 여명 이슬을 밟을 때 쯤이면 내가 아닌 나를 만나고 슬픔도 기쁨도 아닌 살아가는 존재를 느꼈었지요. 나호열시인의 글에서 다시 그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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