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홀로 둥지를 지키고 있는 숫 놈 금화조에게
물 주고 모이 주고
사람 나이 칠 십 넘은
그러나 나에게는 영원히 강아지인 번개
밥 주고 물 주고
몇 년 째 꽃 피우지 않는 난 몇 촉
눈길 한 번 주고
8시 반 가까운 듯 먼 노모에게
일어나시라 전화 드리고
아침 공양이 끝나야
나는 그를 만나러 간다
말로만 슈퍼 맨인 그는
전지전능한 육백만 불의 사내도
거미줄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스파이더맨도 아니며
쾌걸 조로처럼 멋있는 칼솜씨도 없으면서
우상처럼 떠받들어 주기를 바라는
그는 늘 혼자다
혼자 밥 먹고 뒷길로만 다닌다
그도 어쩔 수 없이 늙는 지 머리에 흰 눈 내리고
눈 어두워져 가끔 계단을 헛딛는다
그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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