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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자생식물원 - 태백 황연동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7. 8. 25. 17:43
태백 구와우 해바라기 꽃밭]소피아 로렌과 고흐를 마주하며[쿠키뉴스 2006-08-25 11:20]
[태백 구와우 해바라기 꽃밭]소피아 로렌과 고흐를 마주하며


[쿠키문화] 산안개 흐르는 이른 아침에 소피아 로렌의 ‘해바라기’처럼 애잔하고 고흐의 ‘해바라기’처럼 강렬한 색감의 해바라기를 마주한다.
그곳은 전쟁의 상처로 얼룩진 우크라이나도 아니고 예술혼이 불타던 프로방스도 아니다. 헨리 맨시니의 구슬픈 배경음악이 흐르는 대형 스크린도 아니고 자신의 귀를 잘라버릴 만큼 괴팍한 화가의 캔버스는 더더욱 아니다. 어릴 적 고향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곳은 산 높고 골 깊은 태백의 구봉산 자락에 있는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이다.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이 둥지를 튼 구와우 마을은 지명부터 여간 예사롭지 않다. 아홉 마리의 소가 배불리 먹고 누워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구와우(九臥牛)로 불리는 아홉 개의 야트막한 봉우리에 뜻밖에도 소피아 로렌 주연의 영화 ‘해바라기’처럼 광활한 해바라기 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12만평의 식물원 중 해바라기 꽃밭은 아래쪽 2만평과 위쪽 3만평 등 2곳.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연보랏빛 벌개미취 군락이 가을을 재촉하는 산책로를 휘적휘적 걸으면 먼저 2만평의 해바라기 꽃밭이 펼쳐진다. 이곳의 해바라기 꽃은 이미 졌지만 한여름 눈부신 햇살을 먹고 자란 해바라기 씨가 까맣게 영글고 있다. 원두막 위쪽의 호젓한 잣나무 숲에는 해바라기를 닮은 천인국(루드베키아) 군락이 눈길을 끈다.
“고랭지 배추농사보다 나을 것 같아 해바라기를 심었어요. 향수를 불러일으키던 해바라기가 나날이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고요.”
해바라기처럼 환한 웃음을 짓는 식물원 주인 김남표(41)씨는 본래 인테리어 전문가. 구와우의 풍경이 마음에 들어 5년 전 땅을 샀다고 한다. 처음엔 고랭지 배추농사를 지었으나 수지가 맞지 않아 고민한 끝에 지난해 해바라기를 심었다. 그러나 해바라기 농사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 태백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해바라기 꽃밭이나 구경하고 가라고 아예 식물원으로 꾸몄단다.
아래쪽 해바라기 꽃밭에서 시작되는 산책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3만평 넓이의 해바라기 꽃밭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부챗살처럼 흘러내리는 이국적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해바라기는 아래쪽 해바라기 꽃밭보다 열흘쯤 늦게 씨를 뿌려 8월 중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 본래 해바라기는 8월 초순부터 중순에 만개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긴 장마 때문에 개화 시기가 보름쯤 늦어져 9월 초까지 노란 물결이 장관을 이룰 전망이다.
식물원에는 해바라기뿐 아니라 다른 꽃들도 많다. 능선을 따라 조성된 3.5㎞의 산책로 주변은 벌개미취,나리꽃,부처꽃,원추리,배초향,구절초,도라지 등 40∼50종의 야생화들이 함초롬한 표정으로 피어 있다. 꽃길로 단장한 산책로가 아홉 개의 봉우리를 돌아 해바라기 꽃밭 사이로 아스라하게 사라지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해바라기 꽃밭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한낮에 찾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태백 구와우에서는 산안개가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에 해바라기 꽃밭을 찾아야 제 맛이다.
봉우리의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펼쳐진 3만평의 해바라기 꽃밭과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포인트는 망루를 겸한 원두막이 멋스런 해발 850m 지점. 원두막은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한 매봉산을 넘어온 백두대간이 삼수령에서 낙동정맥으로 갈라지는 초입에 위치한다. 피재로도 불리는 해발 920m 높이의 삼수령은 한강,낙동강,그리고 오십천의 분수령.
삼수령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낙동정맥을 넘어온 산안개가 노란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해바라기 꽃밭을 아침밥 짓는 연기처럼 하얗게 뒤덮는다. 뿌옇게 변한 해바라기 꽃밭은 소피아 로렌이 물기 머금은 눈으로 바라보던 바로 그 해바라기 꽃밭이라고나 할까. 거센 바람이 노란색 꽃잎과 초록색 잎을 붓으로 휘젓듯 뒤섞으면 이른 아침 구와우의 고개 숙인 해바라기에 맺혔던 영롱한 이슬방울이 서럽도록 뚝뚝 떨어진다. 소피아 로렌의 굵은 눈물처럼…. 국민일보 쿠키뉴스 태백=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