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혼자 중얼거리다

8 시간과 10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7. 6. 20. 00:58

군대간 아들이 아프다고 한다.

토요일 저녁에 그 소식을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까운 지인에게 부탁을 하여 며칠 분의 약을 꾸려

아들이 있는 강원도 간성으로 갔다.

일요일 아침 10시 30분에 출발하여 1시 30분 경에 진부령 턱 밑에서

막 국수 한 그릇으로 아침 겸 점심을 대신하고

막내가 근무하는 부대로 갔다.

면회 신청하고 20분,, 막내 아들이 나타났다.

허름하기 짝이 없는 (30년 전 복무하던 부대의 면회실도 이렇지는 않았다)면회실에서

아들에게 약을 건넸다.

아들의 건강이 염려가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에게 불편함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프지 말아라! (어디 그것이 뜻대로 되는 일인가!)

서둘러 떠나는 나를 아들은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일요일 저녁무렵 양평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들이 움직일 때

차 안의 풍경이 고스란히 망막에 꽂혀왔다.  

혼자 있는 나...?

3시간이 넘게 걸린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10분을 만나기 위해 무려 8시간을 달렸던 것... 만 원 어치도 안되는 약을 전해주기 위해

비싼 기름값 을 소비했던 것...

 

정말 나는 바보인가?

나는 이제 안다. 마음이 움직일 때 최선을 다하는 것..

떠난 다음에 후회는 소용이 없다

할 수 있을 때, 줄 수 있을 때 마음을 다하는 것

지겹고 괴로운 봄을 지나면서 배운 단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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