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07 12

말의 눈

말의 눈   말을 보았다진눈깨비 내리는 밤의 아스팔트길미끄러운 비탈길을추억을 만들어 가는 몇 사람을 싣고어제 걷던 길을오늘 다시 걷는다아침에 걷던 길을저녁에 다시 걷는다차라리 말은 길을 끌고 간다초원을 달려야 할 말들이노역에 바치는 지푸라기의 하루말의 눈은 검다말의 눈은 크다검고 큰,기쁨에 바치는 노래보다슬픔의 기슭에 닿는 고통처럼터벅거리는 말발굽 소리가가슴을 밟고 지나간다파랗게 다시 돋아 오르는새싹들검고 큰그 눈

석등에 기대어

석등에 기대어   초여름보다는 애써 늦봄이라 하자소나기는 말고 눈물이 아니라고 우겨도 좋을눈썹 가까이 적시는 가랑비라 하자먼 길을 떠나야 할 것 같은 아침보다는기다리는 이 없어도 돌아가는 마음이 앞서는저녁 어스름이라 하자마음이 하냥 깊어져야 만나는 개선사지꽃대궁만 키를 세우고 피어나지 않은 꽃그 앞에 서면 꽃은 피는 것이 아니라창을 여는 것이라고 우겨도 좋겠다시방十方을 한 눈에 담고 제 그림자를 옷깃으로 날리는 꿈을 잊지 않았느냐고화창花窓에 어리는 혼잣말어디에도 세월의 뒷모습을 보이지 않아더 살고 싶은 외로움을 손잡아주는그 어디쯤나도 네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안부 (2021.12) 2024.07.04

우리나라 3대 악성

[신문은 선생님] [얼씨구 국악] 왕산악 거문고 제작, 우륵 가야금 전파… 박연은 아악 정비우리나라 3대 악성이동희 경인교대 음악교육과 교수기획·구성=김윤주 기자입력 2024.07.04. 00:30업데이트 2024.07.04. 09:34     내년 9월 충북 영동에서 세계국악엑스포가 열려요. 영동세계국악엑스포는 우리나라 전통 음악과 공연을 주제로 최초로 개최하는 엑스포입니다. 영동군은 국악 관련 활동이 굉장히 활발한 지자체인데, 영동군이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한 명인 박연(朴堧)의 고향이기 때문이랍니다.그렇다면 ‘3대 악성’은 누구일까요? 악성은 악지성인(樂之聖人)의 줄인 말로, 음악에 있어서 성인이라고 할 만큼 뛰어난 음악가라는 뜻입니다. 고구려의 왕산악(王山岳), 신라의 우륵(于勒), 조선의 ..

유물과의 대화 2024.07.04

1455년 제작된 '신숙주 초상화' 국보 된다

1455년 제작된 '신숙주 초상화' 국보 된다세조가 즉위하면서 공신으로현존 공신 초상화 중 가장 오래돼… 보물로 지정 후 47년 만의 승격허윤희 기자입력 2024.07.04. 00:40업데이트 2024.07.04. 05:30                                                            국보로 지정예고된 신숙주 초상화. /국가유산청훈민정음 창제를 도운 관료이자 조선 전기 세 임금 밑에서 재상을 지낸 문신 신숙주(1417~1475)의 초상화가 국보가 된다.국가유산청은 현존하는 공신 초상화 중 가장 오래된 ‘신숙주 초상’을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3일 밝혔다. 충북 청주의 구봉영당(九峯影堂)에 봉안돼 전해 오는 작품으로, 1977년 보물로 지정된 이후 47년 만의 ..

김민기의 ‘학전’, ‘아르코꿈밭극장’으로 17일 새출발한다

김민기의 ‘학전’, ‘아르코꿈밭극장’으로 17일 새출발한다동아일보업데이트 2024-07-03 14:452024년 7월 3일 14시 45분  이지윤 기자문화부  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 소극장 건물. ‘학전’이란 간판이 아직 있는 가운데 17일 재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가수 김민기가 운영하다가 문을 닫은 ‘학전’ 소극장이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이름을 바뀌 17일 재개관한다. 지난 3월 15일 폐관한 지 125일 만이다.3일 오전 찾아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학전’ 소극장은 막바지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 앞에 공사 차량이 세워져 있고, 인부들은 마감 공사로 바빴다. 다만 건물 외벽에 있는 ‘학전’이란 간판은 아직 붙여져 있었다. 조만간 이 간판은 떼어지고, ‘아르코..

카테고리 없음 2024.07.03

[186] 각곡류목(刻鵠類鶩)

[정민의 세설신어] [186] 각곡류목(刻鵠類鶩)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2.11.27. 23:30    후한의 명장 마원(馬援)에게 형이 남긴 조카 둘이 있었다. 이들은 남 비방하기를 즐기고, 경박한 협객들과 어울려 지내기를 좋아했다. 멀리 교지국(交址國)에 나가 있던 그가 걱정이 되어 편지를 보냈다. 간추린 내용은 이렇다."나는 너희가 남의 과실 듣기를 부모의 이름 듣듯 했으면 좋겠다. 귀로 듣더라도 입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남의 잘잘못을 따지기 좋아하고, 바른 법에 대해 망령되이 시비하는 것은 내가 가장 미워하는 일이다. 죽더라도 내 자손이 이런 행실이 있다는 말은 듣고 싶지가 않다. 용백고(龍伯高)는 돈후하고 신중해서 가려낼 말이 없다. 겸손하고 검소하며 청렴해서 위엄이 있다. 그래서..

고향이 어디세요?

고향이 어디세요?나호열 시인〮· 문화평론가 오래 전 ‘생활문화사’ 강의 시간에 ‘현대문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소재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소련(지금의 러시아)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몽고에 자본주의가 유입되면서 유목민들에게 거의 자급자족의 형태로 영위되었던 목축이 재산 축적의 수단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들이 기르던 양(羊)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초지가 부족해지고 풀이 자라던 지역이 사막화되면서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도 황사가 심해졌다는 이야기 끝에 몽고 사람들의 주거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아마도 수 천 년 동안 유목민들은 한 곳에 정주하기보다는 게르(Ger)나 빠오(包)라는 이동천막에서 생활하였기에 풀이 있는 곳, 광대한 자연이 그들의 고향이고 집이었던 셈..

사진으로는 경이로운 생명력을 표현하기 어려운 큰 나무

[나무편지] 사진으로는 경이로운 생명력을 표현하기 어려운 큰 나무  ★ 1,239번째 《나무편지》 ★   오늘 《나무편지》에서 이야기할 나무는 사진으로 그 경이로운 생김새를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나무입니다. 경상북도기념물로 보호하는 〈청도 명대리 뚝향나무〉입니다. 뚝향나무는 향나무의 변종으로 위로는 기껏해야 3~4미터 정도 오르는 게 고작이지만, 옆으로 뻗어나가는 가지 펼침은 매우 장대한 나무입니다. 마치 앉아있듯이 낮게 깔린다 해서 앉은향나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북 지역에서 자라는 한국 특산종인데, 오래 전부터 둑을 보호하기 위해 많이 심던 나무여서 뚝향나무라는 이름으로 부르다가 굳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청도 명대리 뚝향나무〉는 효를 극진히 실천한 인물이어서 ‘절효(節孝)’라고 불..

“처음보는 중국 희귀유물 수만점 서울에… 놀랍고 착잡”

“처음보는 중국 희귀유물 수만점 서울에… 놀랍고 착잡” 문화일보입력 2024-07-01 11:40유휘(왼쪽 세 번째) 중국 고궁박물원 연구원이 서울의 다보성 갤러리에서 문징명, 석각의 서화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구팡(〃네 번째) 중국문화예술촉진회 주임과 김종규(맨 왼쪽)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김종춘(맨 오른쪽) 다보성 회장 등이 함께했다. 유선우 촬영·제공■ 중국 고미술전문가들 방한… ‘다보성’소장작품 둘러봐송·명·청대 도자기·서화 등당대 삶 드러낸 고품격 작품8·15뒤 일본인이 남기고 가소장품 단계적으로 공개예정“중국 희귀 유물이 한국에 이렇게 많은 걸 처음 알았습니다. 놀랍기 그지없습니다.”예페이란 중국 베이징 고궁(故宮)박물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8일 이렇게 말했다. 도자기 감정 권위자인 그는..

1933년 개업한 ‘제비’ 다방, 그 주인은 시인 이상이었다

1933년 개업한 ‘제비’ 다방, 그 주인은 시인 이상이었다중앙선데이입력 2024.06.29 00:01업데이트 2024.06.29 06:31근대 문화의 기록장 ‘종로 모던’〈끝〉 종로의 다방조선인이 처음 개점한 다방인 카카듀의 모습을 추정해 표현한 작품. [일러스트 김민호]1936년 1월 『조선중앙일보』에는 이용악의 ‘다방’이라는 시가 실려 있다. 당시 다방이 지닌 아우라를 표현한 시였는데,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바다없는 항해에 피곤한무리들 모여드는다방은 거리의 항구인용에서 시인은 다방을 고단한 삶의 여정에 지친 무리들이 모여드는 항구에 비유하고 있다.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주머니를 턴 커피 한 잔에 고달픈 생각을 위로하는 공간이라고도 한다. 시에 나타난 것처럼 당시 다방은 한편으로 암울한 굴레와도 같았던..

유물과의 대화 2024.07.01

사라진 옛 기차와 철길, 32년 기관사 사진첩에선 오늘도 달린다

사라진 옛 기차와 철길, 32년 기관사 사진첩에선 오늘도 달린다중앙선데이입력 2024.06.29 01:25업데이트 2024.06.29 03:42허정연 기자 28일 철도의 날, ‘철도 덕후’ 류기윤 KTX 기장류기윤 한국철도공사 기장이 KTX 기관실에서 운행 준비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이 기관차는 딱 봐도 7000호대 초기형 새마을호예요. 후속 모델인 7100호대의 비둘기 도색과 엔진룸 난간이 없으니까요. 7000호대 기관차는 유선형 지붕에 파란색 띠 도색이 특징입니다. 이전까진 일본 기차처럼 지붕이 직각이었다가 미국제 디젤기관차 모습으로 바뀌었죠.”지난 25일 서울역에서 만난 류기윤(52) 한국철도공사 KTX 기장이 눈을 반짝였다. 그의 손엔 철도청 광고가 실린 1973년 10월 22일자 신문이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