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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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해가 밝다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2] 새해가 밝다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1.04. 03:00업데이트 2024.03.22. 16:53    새해가 밝아생명 또한 그대로밝아오누나 初[はつ]あかりそのままいのちあかりかな 새해 새날이 밝았다. 그 환한 빛으로 만물에 새삼 생기가 도는 듯하다. 신년의 계절어 ‘하쓰아카리(初あかり)’는 한 해의 맨 처음 밝아오는 빛을 이른다. 그 빛이 세상을 비추자, 지상의 생명도 환하게 밝아온다. 새해 첫 빛을 만끽하며 살아 있는 감격을 노래한 이 시는 하이쿠 시인 노무라 도시로(能村登四郎, 1911~2001)가 썼다.새해에는 우리네 얼굴에도 환하게 해가 뜬다. 조선의 서촌에 살며 이런저런 사람 사는 모습을 글로 남긴 김매순(1776~1840)의 ‘열양세시기’에는 “설..

연리목을 바라보다

연리목을 바라보다   강둑에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바닷가 파도소리에 키를 세우는 나무들깊은 산중 적막을 수행하는 나무들산마루 허리 꺾고 넘어질듯 넘어지지 않은 나무들그 나무들 오늘은 고고한 탑으로 내 앞에 서 있다어디를 둘러보아도 얼굴 보이지 않는오래된 시계를 몸 어딘가에 감추어 놓은울울함을 바라보며아득한 먼 옛날 씨앗으로 움트던 날을 기억한다생전에 그늘을 바라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달디 단 열매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면서도흙속에 마음을 묻은 사람처럼나도 한 그루의 작은 나무를 심는다흰 구름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날개를 가진나무는어느 생에 저 창공을 박차고 올라마악 사랑을 배우는 사람들의 눈빛을 닮은 별이 될 것이므로나는 한 그루 나무속에 내 이름을 숨기려 하니나이테 속에당신의 숨결로 빚은빛나는..

안부 (2021.12) 2024.05.27

‘설득 경영’ 빛난 노량해전, 일본의 대륙 진출 300년 늦췄다

‘설득 경영’ 빛난 노량해전, 일본의 대륙 진출 300년 늦췄다중앙선데이입력 2024.05.25 00:29윤동한의 ‘충무공 경영학’  ⑥ 〈끝〉정유재란 때 칠천량에서 대패한 원균의 조선 수군은 궤멸 상태였다. 1597년 8월 3일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용 교지를 받은 이순신은 13척의 배를 추려 명량에서 133척의 일본 수군과 맞붙어 대승한다. 그리고 일본 수군의 보복을 피해 몇 번의 피난을 한 후 목포 앞 고하도와 완도 옆 고금도에서 수군 재건을 시도했다. 명나라 진린의 수군도 힘을 합치면서 드디어 조명(조선·명나라) 수군 연합군이 탄생했다.왜군 최소 1만 5000명 살상 전과 올려                                                             현충사 앞 필사..

6월 로컬여행 ‘선물 같은 할인’

뭉치면 싸고, 알수록 쏠쏠하다… 6월 로컬여행 ‘선물 같은 할인’[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4-05-23 09:18 ■ 박경일기자의 여행 - 문체부·한국관광공사 ‘여행가는 달’ 캠페인열차·숙소 혜택 챙기려면코레일웹-인터넷 여행사 42곳KTX·숙박·입장료 결합 할인관광주민증 발급지역 KTX지원진에어 반려동물 무료탑승 가능관광공사 인증 숙소는 반값행사가성비 챙기고 테마 따라가고전라·강원·남도 기차 당일치기4만9000원에 식사·입장료 포함노포맛집·빵지순례 테마상품도계곡옆 하룻밤 캠핑 9만8000원아산·전주 문화유산 이색 야행 오는 6월은 ‘여행가는 달’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여행 비수기인 6월 한 달 동안 ‘로컬 재발견’이란 슬로건 아래 국내여행을 독려하는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벌..

찬란한 꿈을 잇는 덕수궁 돈덕전

[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2] 찬란한 꿈을 잇는 덕수궁 돈덕전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 소장입력 2024.05.22. 23:50업데이트 2024.05.23. 00:28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 전경./박상훈 기자계절의 여왕 오월에 돋보이는 곳이 있다. 덕수궁 돈덕전이다. 푸릇한 잎이 돋아난 노거수와 어우러진 프랑스풍 외관이 아름답다. 화려해 보이기만 한 모습이지만, 일제에 의해 훼철되어 사라졌다가 2023년 100여 년 만에 재건된 건물이다. 붉은 벽돌 옥빛 오얏꽃 무늬에 찬연한 슬픔도 묻어난다.돈덕전은 1902~1903년 지은 대한제국의 건물이었다. 고종 즉위 40주년을 경축하고, ..

유물과의 대화 2024.05.23

투우鬪牛

투우鬪牛  그랬었지. 붉은 천 펄럭이는 깃발을 향해무조건 돌진하던 철 모르던 시절도 있었지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불끈 코힘을 내뿜으며 오만과도 같은뿔을 믿었지그때는 화려했었어, 흙먼지가 일도록터져나오는 함성과 박수갈채만 있으면두려운 것이라곤 없었지신기루 같았어온톤 환각제뿐인 붉은 깃발은 사랑이 아니었어사랑 뒤에 숨은 그림자, 그것은 분노였어깨달을 새도 없이 사납게 길러진 우리,풀 대신 피 냄새를 맡으며 자라난 우리밭갈이나 달구지를 모는 대신원형경기장에 길들여진 그것이우리의 선택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에고슴도치처럼 소심하게등에 꽂힌 무수한 창칼에도 아픔을 모르는 채또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는늙은 소들

2024 경인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2024 경인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달로 가는 나무김문자​달의 범람으로 하늘의 문이 열리면서 땅은다섯 개의 줄기로 자라는 은행나무의 품이 되었다보름달 상현달 하현달 초승달 그믐달을 키우는인천 장수동 사적 562*번 800년 된 은행나무처음부터 약성이 쓴 뿌리에서 시작되었다오래된 나무는 달에서 왔다달이 몸을 바꿀 때마다 은행나무의 수화는 빠르다전하지 못한 말들은 툭 떨어지거나 노랗게 익어갔다은행나무는 자라면서 달의 말을 하고은행나무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바닷물이 해안까지 차오르는 슈퍼 문일 때남자는 눈을 감고 여자는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고 한다오래된 나무의 우듬지는 800년 동안 달로 가고 있다소래산 성주산 관모산 거마산을 거느린 장수동 은행나무달빛이 은행나무 꼭짓점을 더듬는 농도 짙은 포즈은행나무는 ..

[1] 동짓날 팥죽과 유자 목욕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1] 동짓날 팥죽과 유자 목욕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3.12.21. 03:00업데이트 2024.03.22. 16:52   동짓날 햇살다정하게 다가와무릎에 앉네冬至の日しみじみ親し膝に来る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동지에 해가 짧아져 추워진 줄만 알았는데, 태양이 가장 낮게 뜨니 햇살이 창문 너머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다가와 무릎에 앉는다. 데면데면하게 창가에서 놀던 햇살은 어느새 곁에서 속살대는 벗이 되었다. 연중 밤이 가장 긴 동지는 햇살과 가장 다정해지는 날이기도 하다. 북반구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소를 지을 법한 이 하이쿠는 온화한 작풍으로 이름난 도미야스 후세이(富安風生·1885~1979)가 썼다.동짓날 햇살에 다정한 마음이 있다면, 동지팥죽 속에는 쫀득한 마음..

꼰대란 무엇인가

참으로 어렵구나, ‘참꼰대’ 노릇 하기중앙일보입력 2024.05.21 00:32지면보기     꼰대란 무엇인가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5월에는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지만 스승의 날이라는 다소 어색한 날도 있다. 직업적 ‘꼰대’의 일원으로서 5월을 맞아 ‘꼰대’에 대해서 생각한다. ‘꼰대’란 무엇인가?꼰대라는 멸칭의 역사동아일보 1961년 2월 10일 자 기사가 ‘꼰대’를 ‘영감 걸인’이란 뜻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오늘날 용례와 거리가 있다. 그 후 신문 지상에서 꼰대라는 말이 나오지 않다가 경향신문 1970년 11월 13일 자 기사가 선생의 멸칭으로서 꼰대라는 말을 소개하고 있다. 멸칭으로서 선생이라는 뜻은 오늘날 꼰대 용례에도 들어 있으니, 적어도 반세기 동안 꼰대는 그 기본적인 뜻을 꾸준..

김영민 칼럼 202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