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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4. 10. 10:53

평생에 딱 한번 갈까 말까 한 ‘열망의 섬’… 1박 200만원, 송곳산 아래 꿈같은 하룻밤

[박경일기자의 여행]

  • 문화일보
  • 입력 2025-04-10 09:13
  • 업데이트 2025-04-10 09:16

울릉도 북쪽 해안가에 뾰족하게 솟은 송곳산(錐山·추산). 송곳산 아래 보이는 흰색 건물이 리조트단지 코스모스 울릉도의 새로운 공간인 ‘빌라 쏘메’다. 오는 5월 문을 연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초현실적 경험… 울릉도 고급리조트 숙박

19개 객실뿐인 ‘코스모스 울릉도’
돈 있다고 못가… 수고 감수해야

모든객실 오션뷰에 추산 한눈에
명상 공간부터 파인다이닝까지

코발트빛 바다·기이한 해안바위
울릉읍 ‘도동 해안산책로’ 절경

서면엔 韓 10대 비경인 ‘대풍감’
북면 ‘삼선암’ 풍광 시각적 충격

울릉도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 코스모스 울릉도가 이룬 경지

울릉도에는 ‘코스모스 울릉도’가 있다. 코스모스 울릉도는 코오롱그룹이 운영하는 고급 리조트다. 여기를 그냥 ‘고급’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코스모스 울릉도는 물론 숙박요금이 깜짝 놀랄 만큼 비싼 리조트다. 그렇다고 그곳을 ‘비싼 리조트’라고만 부르는 건 적당하지 않다. 이곳은 투숙요금을 넘어서는 어떤 경지(境地) 같은 느낌이 있다.

이곳에 묵겠다면 꼭 있어야 하는 건 당연히 돈이지만, 그것만 있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울릉도에 가고자 하는 성의와 열망, 그리고 번거로움에 대한 감수도 필요하다.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코스모스 울릉도에 아무나 갈 수 없겠다고 느낀 건 두 가지 이유다. 첫 번째는 객실 수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 최상급 객실인 ‘빌라 코스모스’는 딱 하나, 먼저 지은 리조트 ‘빌라 떼레’는 방이 8개, 그리고 이번에 새로 지은 리조트 ‘빌라 쏘메’는 방이 10개. 객실 수를 다 더해도 19개다. 20개도 안 되는 객실을 원하는 날에 딱 맞춰 잡기가 쉽잖은 게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울릉도 가는 길이 영 번거롭다는 거다. 코스모스 울릉도에 가려면 무엇보다 거기까지 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수고를 감수한다는 건 그만큼 울릉도를 열망했거나 좋아해야 한다는 뜻이다. 리조트를 혼자 가는 일은 드무니까, 누군가 동행해야 할 텐데 그 사람도 그래야 하는 건 물론이다.

코스모스 울릉도는 다른 대중 리조트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오행, 순환, 지맥, 기운, 생명, 음양, 조화…. 리조트에서 떠올리게 되는 건 이런 단어들이다. 공간이 넓다거나 내외장재가 고급스럽다거나 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기운이다. 리조트에 투숙하면 나무를 태운 목향(木香)을 맡는 것부터 시작해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음양오행의 기운을 받게 된다. 어떤 의식(儀式)을 치르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리조트가 감각을 일깨우고 마음까지 어루만진다는 느낌이다.

코스모스 울릉도는 여러모로 ‘소수를 위한’ 리조트다. 이런 곳을 좋아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이런 곳을 갈 수 있는 사람도 소수다. 코스모스 울릉도의 노력은 이런 소수를 위한 시도다. 매혹적인 숙소를 보면 누구나 이곳에서의 숙박을 로망으로 삼을 만하다. 하지만 코스모스 울릉도의 진짜 로망은 단지 ‘돈으로 사는 고급 숙소에서의 하룻밤’이 아닐지도 모른다. 가장 부러운 건 거기까지 가는 데 필요한 성의 혹은 거기에 얻게 되는 평안일지도 모르겠다.

빌라 쏘메의 숙박비는 1박에 200만 원을 호가한다.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없을 수 없다. 다만 효율적인 가성비 숙소는 그것대로, 대중 리조트는 또 그것 나름대로, 그리고 고급리조트는 좀 더 세분화한 욕망으로 진화한다. 그렇게 진화 중인 모습이 코스모스 울릉도에 있다.

# 추산의 기(氣)와 어우러진 건축

코스모스 울릉도는 어쩐지 초현실적인 느낌이다.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건 전적으로 추산(錐山) 때문이다. 해발 430m의 뾰족한 봉우리가 마치 송곳 같다고 해서 ‘송곳 추(錐)’자를 써서 추산이다. 코스모스 울릉도는 추산 바로 아래 있다. 코스모스 울릉도의 특별함의 바탕에는 추산, 그러니까 송곳산이 있다.

울릉도의 지형은, 육지의 명소들이 좀처럼 가지지 못한 경관을 갖고 있다. 울릉도가 가진 특별한 경관의 요체는 장엄함이다. 바다에서 거대한 기둥처럼 불쑥 솟아 있는 삼선암도 그렇고, 깎아지른 벼랑의 대풍감이 그렇다. 송곳산 역시 장엄한 느낌을 주는 대표적인 명소다. 울릉도 명소의 장엄함에 더해지는 건 고요함이다. 송곳산 아래서 느껴지는 장엄함과 고요함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코스모스 울릉도를 건축한 김찬중 건축가는 빌라 코스모스를 ‘기를 담는 그릇’으로, 빌라 떼레를 ‘기를 바다로 흘러가도록 하는 공간’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5월 새로 문을 여는 빌라 쏘메에는 ‘송곳산과의 관계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빌라 쏘메는 모든 객실이 전면으로 바다를 보고 있으며 객실마다 야외욕탕인 자쿠지와 오두막 형태의 카바나를 갖추고 있다. 높은 층고의 복층 객실이 있는가 하면, 수평으로 공간을 확장한 객실도 있다. 가장 놀라웠던 건 바다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으면서도 각 객실마다 등 뒤의 송곳산을 올려다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코스모스 울릉도의 새 리조트 빌라 쏘메의 인피니티풀. 바다를 마주보고 있다.



빌라 쏘메에는 그동안 없었던 부대 공간도 만들었다. 울릉도 자연 용출수로 채운 인피니티 풀이 있고, 화로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른바 ‘불멍’을 할 수 있는 파이어피트도 있다. 땀을 흘리며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는 명상공간도,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사우나도 있다. 장중한 느낌의 바도 있고, 고급스러운 노래방도 있다. 인상적이었던 건 파인다이닝 저녁 식사였다. 지역의 재료를 사용해 미각은 물론이고 시각까지 신경 쓴 다양한 음식을 내왔다. 빌라 쏘메의 숙박요금에는, 기본으로 조식과 파인다이닝 저녁 식사가 포함된다.

울릉도에서 이런 음식을 맛볼 수 있다니…. 음식도 음식이지만, 진짜 궁금했던 건 이걸 만드는 베테랑 셰프와 음식을 가져다주는 20대 청년 서버를 어떻게 섬으로 데려와서 붙잡아 둘 수 있냐는 것이었다. 울릉도에서 가장 어려운 건 바로 이런 것들이니까.

                             향목전망대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 주변에 만개한 동백 숲.



# 섬을 세 조각으로 나눠서 코스를 짜자

이제 울릉도 여행 이야기를 해보자. 울릉도 여행은 안내하기 어렵지 않다. 제주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울릉도와 제주도 여행의 차이를 가르는 건 경험의 횟수다.

울릉도는 아직도 ‘평생 딱 한 번만’ 가는 여행지다. 우선 가본 사람들이 적다. 여러 번 가봤다 해도 두세 번이 고작이다. 가본 사람은 이번 생에 울릉도에 또 갈 일이 없으니, 도통 여행정보에 관심이 없다. 정보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안 가본 사람들’이란 건데, 안 가본 이들이라면 울릉도의 기초적인 관광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반면, 자주 오가는 여행지인 제주에는 어딜 가든 여행정보가 넘쳐난다. 자주 다녀온 장소는 가본 곳도 많고, 아는 것도 많다. 제주의 웬만한 곳은 다 본 사람들에게 섣불리 조언을 건네기도 조심스럽다. 각자의 진도나 수준에 맞춰 ‘여행성취도(?)’에 맞는 여행정보를 줘야 하는데, 그게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나리분지의 산나물식당에서 받은 산채비빔밥. 비빔밥인데도 섬쑥부쟁이, 눈개승마, 미역취 등 다양한 나물반찬이 차려진다.



울릉도 여행을 준비할 때 난감해지는 건 다녀온 이들도 적고 정보도 적어서다. 무엇보다 부족한 건 여행지에 대한 지리적 이해도다. 알기 쉽게 설명해보자. 울릉도는 크게 세 조각으로 나뉜다. 조각의 경계는 Y자다. 서쪽에는 서면, 북쪽에는 북면, 그리고 동쪽에는 동면이 아니라 울릉읍이 있다. 면보다 읍이 크니까, 동쪽 울릉읍이 섬의 중심이다.

                                  울릉도 도동항의 바위벼랑에서 자라는 2500살 먹은 향나무.



육지에서 배가 오가는 도동항과 저동항 사동항이 다 울릉읍에 있다. 울릉읍에는 울릉군청도, 울릉 보건의료원도 있다. 울릉읍을 대표하는 명소는 울릉도는 물론이고, 전국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인 도동 해안산책로다. 기이한 해안바위도 절경이지만, 코발트빛 바다색이 단연 최고다. 도동항의 까마득한 벼랑 위에는 2500살 향나무가 자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 많은 나무다. 울릉읍에는 독도전망 케이블카도 있고 봉래폭포도 있다. 저동 뒤쪽으로 이어지는 저동천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 세 번을 굽이치며 쏟아지는 봉래폭포를 만나게 된다. 이즈음 같은 갈수기에도 수량이 제법 많다.

서면에는 ‘우리나라 10대 비경’ 중 하나라는 대풍감이 있다. 대풍감은 ‘바람(風·풍)을 기다리는(待·대) 언덕’이란 뜻으로 붙여진 지명. 돛단배가 항해를 위해 바람을 기다리는 곳이다. 관광모노레일을 타고 정상에 오르면 태하등대와 대풍감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다. 기암절벽과 해안선이 압도적인 규모감을 자랑한다.

                               울릉도의 삼선암. 바다 위로 불쑥 솟은 거대한 바위가 시각적 충격을 준다.



북면의 최대 명소는 삼선암이다. 바다에 불쑥 솟은 돌기둥 세 개의 장엄한 모습은 시각적 충격까지 느껴질 정도다. 못잖은 위용을 자랑하는 곳이 코스모스 울릉도가 들어선 송곳봉, 곧 추산이다. 추산 앞바다의 코끼리 바위도 명소다. 북면에는 또 성인봉 아래 나리분지가 북면에 있다. 울릉읍과 서면, 북면. 이렇게 세 곳의 구획으로 각각 나눠서 방문할 명소를 이어 붙이는 게 울릉도 여행 코스를 만드는 요령이다.

옛 군수관사를 활용해 만든 ‘울릉도에서 만나는 박정희 1962’에 재현해놓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저녁식사 장면.



# 박정희는 왜 울릉도까지 갔을까

울릉도에는 빼어난 자연경관에 비해 인문적 공간은 빈약하다. 절해고도의 섬인 데다가 오랜 공도(空島) 정책으로 섬에 사는 게 금지됐으니 별반 이야기가 없는 까닭이다. 여행자들은 여행자들대로 압도적인 울릉도의 자연경관에 눈이 팔려 인문공간에 대한 관심이 적다. 하지만 찬찬히 살피면 뜻밖에 흥미로운 공간들이 있다.

오랫동안 울릉도의 중심은 ‘도동’이었다. 도동은 칼집을 낸 듯 오목하게 들어간 지형을 가진 천혜의 항구. 오랫동안 파도가 거센 바위 섬인 울릉도의 독점적인 포구이자 섬의 중심이었다. 울릉도의 과거 이야기의 배경이 십중팔구 이곳인 이유다.

도동에는 옛 울릉군수 관사를 기념관으로 꾸민 ‘울릉도에서 만나는 박정희 1962’가 있다. 이 외딴 섬에 뜻밖의 전직 대통령 박물관이라니…. 이곳이 기념하는 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하룻밤 자고 간’ 것이다. “뭘 그런 것까지…”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그렇지 않다. 울릉도 사람들에게 박 전 대통령은 더없이 각별하다. 그 사연이 이렇다.

1962년 10월 11일 밤.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해군 함정을 타고 울릉도에 들어왔다. 정당성이 취약한 정권을 이끌던 당시 군부세력은 민심을 챙겼는데, 울릉도 방문도 그런 목적의 ‘시찰’이었다. 박 의장이 도착한 건 밤이었는데, 주민들은 너나없이 다 나와서 횃불을 들고 환영했다. 울릉도 사람들이 진정으로 고마웠던 건 ‘여기까지 와 준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울릉도에는 정기 여객선도 없고, 항만시설은 열악했으며, 전기도 없었다. 울릉도 주민들은 수십 차례에 걸쳐 항만시설 설치와 정기 교통선 취항 등을 위해 정부 요로에 진정서를 냈지만 가타부타 답신조차 받을 수 없었다. 그 시절 마을 사람들의 실의가 저동마을 언덕 위에 세워진 ‘박정희 장군 순찰기공비’에 새겨져 있다. “대한민국 영토이면서 버림받은 고아가 되어 2만 도민은 본토의 국민들로부터 망각된 지 오래였고….” 그럴 때 박 의장이 몸소 울릉도를 찾아와서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것이었다.

# 다시 차려진 그날의 저녁 밥상

울릉도를 방문한 박 의장의 일정은 단출했다. 울릉군수 관사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에 자고 이튿날 울릉군청으로 가서 군수로부터 현황보고를 들은 뒤 경찰서와 초등학교를 시찰하고 해변의 다방에서 국수를 시켜 점심 식사를 했다. 1박 2일의 짧은 방문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박 의장이 ‘여기까지 와서 봐 준 것’만으로도 감격했다.

자신을 열정적으로 환영해준 울릉도 주민들이 인상적이어서 그랬을까. 박 의장은 서울로 돌아간 뒤에도 울릉도를 각별하게 챙겼다. 곧바로 울릉도 종합개발계획의 기안이 만들어져 국무회의 의결을 마쳤으며, 정기 여객선이 운항을 시작했다. 도내 일주도로와 수력발전소 건설사업도 착공됐다. 모든 일이 박 의장이 다녀간 지 6개월도 안 돼 벌어진 일이었다. 박정희 순찰기공비는 이런 변화를 본 주민들이 ‘은혜의 만분지일이라도 보답하는 뜻’으로 십시일반 돈을 거둬 그 돈으로 세운 것이다.

2006년까지 역대 군수들이 사용해오다 방치됐던 옛 군수관사를 박정희 기념관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한 건 박 의장이 울릉도를 방문한 지 딱 50년이 되던 해인 2012년이었다. 그 후 3년여 동안의 공사를 거쳐 2015년 7월 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기념관에는 당시 박 의장이 울릉도에 도착한 첫날 군수와 함께했던 저녁 식사 장면이 재현돼 있다. 당시 식사장면은 전혀 닮지 않은 밀랍인형으로 재현돼 있다. 둘러앉은 상에는 오징어숙회, 생선전, 삼계탕, 산나물 등 울릉도 특산 음식들이 푸짐하다. 고증을 통해 메뉴를 재현한 것이라는데, 푸짐한 상차림이 지금의 눈으로 보기에는 좀 불편하다. 어려운 처지였다는 당시 울릉도 상황에 견줘봐도 그렇고, 박 의장만 혼자 독상을 따로 받은 것도 그렇다. 뭔가 ‘궁정동 안가’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려진다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다.

다음 날 시찰 중간에 다방에서 시켜먹었다는 소탈한 국수 점심 장면을 재현했다면 어땠을까. 아무튼 박정희 의장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주민들을 청와대로 초청하거나 초등학생 서울 견학을 주선하는 등 울릉도를 유독 각별하게 챙겼다.

# 100년이 넘는 일본식 가옥의 역사

도동항에서 농협 쪽으로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또 한 채의 일본식 가옥이 있다. 1910년대 무렵 제재업자이자 고리대금업자인 일본인 사카모토 나이지로(坂本來次郞)가 지은 2층 목조건물이다. 담장 없는 기역(ㄱ)자형 건축물인데 건물 뒤로 부속 건물과 작은 정원이 있다. 이 집에서는 1910년대 당시 울릉도로 이주해온 일본인들의 풍족한 삶의 흔적이 보인다.

일본식 가옥은 말끔하게 보수돼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2008년 문화재청에서 가옥을 인수해 관리주체를 문화유산국민신탁으로 지정했다. 체험센터에는 전시실을 두고 과거 울릉도의 기록과 사진, 영상 등을 전시해 놓았다. 입장료는 따로 없는 대신 커피 등의 음료수를 판다. 차를 마실 수 있는 편안한 다다미 공간이 있어 여행자들이 쉬어가기에 좋다.

일본식 가옥을 둘러보면서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다. 일본은 1883년 체결된 조일통상장정(朝日通商章程)을 근거로 우리 바다에서 어업권을 얻게 된 뒤에 울릉도에서도 본격적인 고기잡이를 했다. 1889년 조일통어장정(朝日通漁章程) 체결 뒤에는 전복어장을 아예 독점했다. 러시아도 손을 뻗쳤다. 고종의 아관파천을 계기로 압록강과 두만강, 울릉도 산림벌채권리를 얻은 러시아는, 일본의 울릉도 산림벌채를 문제 삼았다. 이에 일본은 러시아 요구대로 산림벌채를 중단하는 대신, 울릉도에서의 일본인 거주권리를 주장했다. 일본인들의 본격적인 울릉도 이주가 시작된 계기다. 도동의 일본식 가옥이 바로 이런 시기에 지어진 집이다.

솔송나무로 지어진 집은 사카모토가 병으로 죽은 뒤에 양자가 물려받았는데 해방 후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갚지 못한 빚이 있던 한국인 이영택에게 소유가 넘어간다. 이영택은 이 집을 ‘포항여관’이란 상호를 걸고 숙박업소로 활용했다. 이영택이 죽고 난 뒤에 동생 이영관이 집을 샀다. 그는 여관 문을 닫고 54년 동안 이 집에서 살았다. 도동항과 가까운 입지 때문에 ‘집을 사겠다’는 이들이 줄을 섰다. 철거한 뒤에 여관을 짓겠다는 심산이었다. 일본인 거리의 일본가옥이 거의 다 사라진 것도 이런 이유였다. 팔지 않았고 문화유산 지정을 위해 노력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결국 2006년 일본식 가옥은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 국내 최고 해안산책로 ‘해담길’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이 울릉도에 있다.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울릉도에는 ‘해담길’이 있다. 울릉도 주민들이 이용하던 옛길을 찾아 이은 걷기 길이다. 길은 1코스부터 7코스까지. 변형 코스인 5-2코스와 6-2코스를 더하면 모두 9개다. 짧은 건 1시간이면 다 걷고, 긴 코스는 3시간쯤 걸린다. 최고의 해담길 코스는 1코스인 ‘도동~저동 해안도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산책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