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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놀다 (2022.12)

구석기舊石器의 사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12. 31. 14:17

구석기舊石器의 사내

 

 

하루 동안 이 만년을 다녀왔다

선사先史로 넘어가는 차령車嶺에서 잠시 주춤거렸지만

돌로 도끼를 만드는 둔탁한 깨짐의 소리가

오수를 깨우는 강변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한 사내를 만났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강을 따라

목책으로 둘러싸인 움집 속

몇 겁의 옷을 걸쳐 입은 그의 손엔

날카로운 청동 칼이 번득이고

여전히 말이 통하지 않은 채

삼천년이 지나갔다

내가 노을 앞에서 도시의 불빛을 되내일 때

그 사내는 고인돌 속으로 들어가

뼈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 갔다

천 오백년 전 망한 나라의 나들목을 지나

하루의 풍진을 씻어내는 거울 앞에

수척해진 채 돌도끼를 만들 줄 모르는

구석기의 사내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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