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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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2021.12)

만종 晩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3. 28. 14:40

만종 晩鐘

 

 

사람들의 목숨을 노리고

짐승들의 고막을 찢던

포탄이 종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뜨는 해와

저녁에 모습을 드러내는 달과

밤이면 새싹처럼 돋아나던 별들

그 만물이 일러주는 시간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숨처럼

논둑길을 달리고

성황당 고개 너머

얕은 토담을 끼고 돌아

누구나 나그네일 수밖에 없는

너와 나의 어깨에 얹히는

위로의 손길

어디서 날아왔는지 말하지 않는

철새들에게 가슴을 내주는

겨울 들판까지

종소리는 무작정 달려옵니다

무엇을 섬기든 고개 숙이고

감사의 시간을 선물로 주는

산골짜기의 종은

살생의 폭약을 가득 안았던 포탄

그 속이 비워지고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생명의 시간을

저 혼자 일러주는

만물의 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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