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생각
옛 마당에 숨어있던 채송화가
고개를 들면 여름이었다
댓돌 밑에 죄 없이 벌 서는 아이 모양
납작 엎드려 있어도
붉은 꽃 쉴 새 없이 고개를 쳐들었다
옛 마당에 개망초가 키를 세우면
여름이었다
빈 땅만 있으면 창궐하는 역병처럼
잡초가 되는 개망초를
마음 가득 채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내게 당도했다
여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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