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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사랑의 온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8. 7. 17:25

<詩境의 아침>사랑의 온도/ 나호열


경상매일신문 기자 / gsm333@hanmail.net
입력 : 2023년 05월 10일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무리 뜨거워도
물 한 그릇 뎁힐 수 없는
저 노을 한 점
온 세상을 헤아리며 다가가도
아무도 붙잡지 않는
한 자락 바람
그러나 사랑은
겨울의 벌판 같은 세상을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화원으로 만들고
가난하고 남루한 모든 눈물을 쏘아 올려
밤하늘에 맑은 눈빛을 닮은 별들에게
혼자 부르는 이름표를 달아준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신기루이지만
목마름의 사막을 건너가는
낙타를 태어나게 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두렵지 않게 떠나게 한다
다시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그대여
비록 사랑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사랑이 사라진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 없다
사랑은 매일 그대에게 달려오고
사랑은 매일 그대에게서 멀어지는 것
온혈동물의 신비한 체온일 뿐이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박모니카

 

‘가난하고 남루한 모든 눈물을 쏘아 올려 밤하늘에 맑은 눈빛을 닮은 별들에게’
마음속 편지를 띄운다. 어디선가 보고 있을 ‘맑은 눈빛’의 그대를 기다리는 사춘기였을 때 밤하늘의 별은 온통 가슴 속을 덥히는 온돌이었다.
달구어졌다가 서서히 식어가는 그리움이었다.
사랑의 온도는 세월의 강으로 흘러 부모를 거쳐 배우자에게로, 다시 아이들에게로, 가족에게로 자리 이동을 거듭하며 그 온도를 유지했다.
그래서 알게 되는 한 가지- 사랑은 열정(熱情) 이라는 온도로 시작해서 세월 속에 서서히 온정(溫情)으로 발효되었다가 연민(憐愍)으로 숙성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익는 거라고…그래야 비로소 힘을 얻게 되는 거라고…<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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