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좋은 일 축하만 해줘도 복 짓고, 악플 달면 복 까먹죠
입력 2023.07.29 00:01
업데이트 2023.07.29 00:14
‘불교계 아이돌’ 광우스님
서울 서초동 BTN불교TV 스튜디오 뒤 산책로에서 광우스님이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다. 최영재 기자
“여러분, 행복해지고 싶습니까? 복을 지으십시오. 선업을 지으십시오. 공덕을 쌓으십시오.”
BTN불교TV의 ‘소나무(소중한 나, 무한 행복)’를 8년째 진행하는 광우스님이 꼭 하는 마무리 멘트다. ‘소나무’는 불교 관련 프로 중 시청률 부동의 1위다.
동자승 같은 동글동글한 외모의 광우스님은 불교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스토리텔러’이자 ‘불교계 아이돌’로 불린다. 그는 생활 속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개꿀” “대박사건” 같은 유행어도 섞으며 청중과 소통한다. “제가 머리만 안 깎았어도 여자분들 여럿 울렸을 얼굴”이라고 농담을 던진 뒤 “웃자고 하는 얘기”라고 눙치기도 한다. 지루할 틈이 없고 울림도 큰 그의 법문은 불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고정 팬이 생길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광우스님은 유튜브 헬로붓다TV에서 ‘생활 속 기도법’을 진행하고 있으며, BTN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87만을 돌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전국 사찰의 ‘일요법회 초청 1순위’로 꼽히는 광우스님은 서울 경복궁 옆 법련사에서 지도법사로, 합천 해인사의 상임포교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BTN 스튜디오에서 광우스님을 만났다.
남 찌르는 건 내 눈물이 굳은 ‘얼음송곳’
스무 살 때 해인사 행자생활을 마치고 사미계를 받은 뒤 부친 도광스님과 함께 찍은 사진. 광우스님은 “당시엔 많이 말랐고, 성격도 날카로웠다”고 했다. [사진 광우스님]
광우스님은 열아홉에 해인사에서 머리를 깎았다. 일곱 살 때 부친(도광스님)이 출가를 했는데 당시 어머니가 엄청 좋아하시면서 “빨리 가시라”고 했단다. 중학생 때는 무협지 작가가 꿈이었고, 고교 때는 철학에 빠졌다고 스님은 말했다. 대입을 준비할 즈음 아버지가 “파란만장한 속세를 떠나 수행하고 사는 게 너무 좋다. 너도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아들은 “네, 그러겠습니다”고 했다.
광우스님이 ‘믿거나 말거나’라며 출가에 얽힌 얘기를 들려줬다. “아버님이 100일 산기도 용맹정진을 할 때였어요. 한밤중에 환한 영상이 펼쳐지는데 덩치 큰 노스님 무릎 위에서 동자승이 놀고 있더래요. 몇 년 뒤 제가 해인사에서 행자 생활 마치고 찾아가서 3배를 올렸더니 아버님이 깜짝 놀라시는 겁니다. 환상에서 봤던 동자승하고 얼굴이 똑같다고요. 이런 게 인연인가 봅니다. 하하.”
'대입 직전 아버지 스님 권유로 출가
“지혜롭게 살려면 뭘 하면 됩니까” 물었다. “운동하세요. 뇌가 건강해집니다. 책을 읽으세요. 지혜가 커집니다. 명상하세요.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미소 지으면서 “아 좋다” 되뇌며 명상하면 마음 편해져
광우스님은 불교의 여러 수행법 중 명상을 적극 추천하며 세 가지 명상법을 소개했다. 수식관(數息觀) 명상은 호흡을 알아차리는 수행이다. 가부좌를 틀든 의자에 앉든 허리를 곧게 세우고 어깨에서 힘을 뺀다. 편안하게 호흡을 들이쉰 뒤 내쉴 때 ‘하나~’를 붙인다. 그 다음 내쉴 때 ‘둘~’, 이런 식으로 ‘열’까지 숫자를 붙인 뒤 ‘하나’로 돌아간다. 30분 이상 숫자를 놓치지 않고 집중하면 극도의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 정도면 굳이 숫자를 붙이지 않고,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만 바라보면 된다. 하다 보면 강한 빛을 보는 등 다양한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더 깊이 들어가 호흡이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면 상당히 깊은 삼매에 든 거라고 한다.
수식관 명상이 좀 어려운 분에게는 자비 명상을 권한다. 숨을 들이쉰 뒤 내쉬면서 ‘나 자신이 행복하기를’이라고 뇐다. 익숙해지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기를’하고, 더 깊어지면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이 행복하기를’까지 간다. 그 사람이 정말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 트라우마와 상처에서 벗어나게 된다. 예수님이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신 것과 통하는 부분이다.
광우스님이 가장 좋아하는 게 미소 명상이다. 숨을 들이쉴 때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짓고, 내쉴 때 ‘아, 좋다’ ‘진짜 좋다’고 되뇌는 것이다. 이 명상을 통해 정말 마음이 편안해진 사람이 많다고 한다.
정영재 문화스포츠 에디터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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