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 56
-백일홍 편지
길섶 모퉁이에 핀 백일홍을 보았네
지나가다 흠칫 되돌아보니
이제 막 붉어지려는지
하얗게 흔들거리네
아니 백일을 붉다가 웃음을
지워버리는 중인지도 모르지
누구를 기다리나
앉은 듯 서 있는 듯
향기는 없어도 나비는 찾아오고
여름 한낮 뙤약볕을 가슴에 품고
우리는 그렇게 늙어가려나
핏줄이면서 남인 누이의 얼굴이
나를 미워하다던 그 말이
이제는 서럽지 않네
한 송이 백일홍 편지를 읽다가
가던 길을 잊었네
문학과 창작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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