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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바람이고 싶다 / 전길중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5. 22. 14:43

바람이고 싶다

 

전길중

 

 

안개꽃에 둘러싸인 장미꽃

그 속에 잠든 바람이고 싶다

 

잠시도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더우나 추우나 떨림을 지니고

누군가에 안기고 싶은 바람이다

 

꾸밈없는 얼굴

투명한 마음

신선한 야성

 

잠시의 멈춤도 허용되지 않아

방향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떠도는 바람이다

지치면 어느 숲에 머물러

아픔을 다독이는 바람이고 싶다

 

 

 

바람은 멈추는 순간부터 죽은 것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거듭 부정한다고 해서 모두 다 긍정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정말로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잠시도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떠도는 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영원한 안식처라고 말은 하지만 그런 자들의 특징은 끝내 어디 한 곳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바람은 멈추는 순간부터 죽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잠시의 멈춤도 허용되지 않는 바람은 늘 안개꽃에 둘러싸인 장미꽃 / 그 속에 잠든 바람이고 싶어 할 뿐 결코 그 안에서 잠들지 못합니다. 머물 수 없어 더 강렬한 바람, 그걸 때론 오해하고 열정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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