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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손금 / 최재경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12. 9. 13:24

손금

 

최재경

 

 

손금을 봐준다고 해서 손바닥을 내밀었다

잔금도 없고 굵은 네 줄이 선명하여 좋다더니

다른 건 다 좋은데 오래 살기는 틀렸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술 담배 싹 끊으면 좀 연장이 된단다

내가 어거지로 그의 손금을 본다

당신은 다 좋은데 사람 염장 지르는 소리 그만 해라 했다

술 한 잔 없냐고 하기에 대꾸도 안하고 돌아섰다

 

눈발이 뿌렸다 그쳤다 지 맘대로 겨울이다

한 잔이 굴뚝같다

고얀히 가슴속에 끄름만 그득하다.

 

 

 

가슴 속의 “끄름”은 스스로 만드는 것

 

오래 전에 서울 목동에 아주 유명하다는 점쟁이에게 간 적이 있습니다. 사업이 힘들어 보였는지 친구들이 강제로 예약을 했습니다. 순서가 오려면 6개월 정도 걸린다 했는데 3개월 정도 지나서 전화가 왔지요. 마주 앉자 첫마디가 잘생긴 사람이 뭐가 답답해서 왔냐고 하더니 차나 한잔 하고 그냥 가시라 합니다.

 

어려운 때 일수록 무속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희망을 자기 자신 안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위로를 받고 희망의 불씨를 당기려는 것이지요. 심지어 어려운 와중에도 몇 백만 원씩 들여 굿을 하기도 합니다.

그 사람의 과거는 그 사람의 품새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래 또한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품새로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현재의 삶이 미래를 예측하는 지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가슴 속의 “끄름”은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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