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뒤편 / 천양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12. 6. 12:42

뒤편

 

천양희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일생을 꽃밭으로만 사는 삶은 없습니다

 

 

겨울이 되면서 몸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자주 등이 가려워 팔을 뻗지만 정작 가려운 곳까지는 손이 닿지 않습니다. 뒤는 일정 부분 감당하기 어렵고, 불안하고, 닿기 힘든 부분입니다. 뒤는 앞이라는 전제가 있을 때 반드시 따라오는 한 덩어리의 명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불편합니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 저 모습 뒤편에는 /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당기고 조인 여분의 옷감을 핀으로 고정한 뒷모습은 생각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마네킹 앞모습만 보고 당장이라도 살 것 같은 충동을 일으킵니다.

소위 잘 나가는 모습이 생의 앞부분이라면 보이지 않고 숨기고 싶은 부분은 생의 뒷모습일 것입니다. “생의 곡선”은 이 두 가지의 삶이 그리는 음과 양을 넘나드는 사인 곡선 같은 것입니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입니다. 삶이 늘 어둠이 아니듯 어떤 삶도 일생을 꽃밭으로만 사는 삶은 없습니다.

 

 

 

 

'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들에 대한 오해 / 진 란  (0) 2022.12.19
손금 / 최재경  (0) 2022.12.09
의자이정록  (0) 2022.11.29
쑥부쟁이 / 박해옥  (0) 2022.11.15
씨팔! / 배한봉  (0) 202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