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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 대한 오해 / 진 란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12. 19. 14:43

새들에 대한 오해

 

진 란

 

 

새들의 본적은 잘못 적혔다

새가 평생 허공을 나는 건 아니다

먹이를 구하기 위한 비감이거나

살기 위해 아슬한 허공으로 오르는 것이다

 

새들에게 모든 길이 열려진 것은 아니다

몸에 새겨진 오랜 습성으로 길을 떠나는 것

위험을 경계하고 길을 내는 사냥터일 뿐

날개 없는 생각으로 새들을 자유롭다고 하지 말자

땅을 딛고 나무에 내리고 바위에 둥지를 틀고

수풀 속 은신처로 보호구역을 만드는 일

생을 위해 혹은 세끼를 위해 날마다

절실함으로 날아오르는, 새일 뿐이라는 것

 

누가 새의 본적을 하늘이라고 했는가

순명에 귀 기울이는 것들만 비로소 하늘로 간다

 

온 생을 다한 것들이 단 한번 날아

하늘로 간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순명에 귀 기울이는 것들만 비로소 하늘로 갈 수 있다

 

 

오래 전 ‘새처럼 자유로와라’ 라는 제목의 노래를 자주 흥얼거렸습니다. 시인은 자유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그 새를, 많은 이들의 이상이고 꿈인 새의 본적을 ‘비감과 절실’로 바꿔놓았습니다. 아니 새 그 자신으로 돌려놓았습니다. 희망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설한 것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성장과정이나 교육에 따라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해는 주로 화자와 청자의 시각 차이에서 비롯되지만 간혹 표현의 잘못으로 인한 오해도 있기 마련이지요. 그러나 대게는 상대가 말하는 뜻보다 자신이 경험한 대로 확정지으려는 심리에서 출발합니다. 하늘을 나는 새도 비상이나 이상이 아니라 단지 “생을 위해 혹은 세끼를 위해 날마다 / 절실함으로 날아오르는, 새일 뿐”입니다.

 

“날개 없는 생각으로 새들을 자유롭다고 하지” 맙시다. 새들은 도리어 땅 위에서 쉽게 먹이를 구하는 것들에 대한 지극한 동경을 가지고 있을 터. 어려움은 자주 현실을 벗어나고자 욕망하지만 ”순명에 귀 기울이는 것들만 비로소 하늘로“ 갈 수 있습니다. 만약 그대가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있다면 현실을 부정하지 말고 우선 서 있는 곳에서 신명을 다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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