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자(尺)
― 이순을 지나며
칼을 품고 살았네 남을 해칠 생각은 없었지만 잴 수도 없는 사람의 깊이를 질러보거나 쓸데없이 너비를 어림잡아보기도 하였네 차고 이울어지는 것이 달의 이치인데 보름달만 달이라고 우기는 것이 어리석은 자 하나를 휘두르는 꼴이었네 칼이 송곳이 되는 세월을 살다 보니 너와 나의 간격을 가늠할 수 없는 자를 어디다 버릴까 궁리 중이네
칼을 품고 살았네 남을 해칠 생각은 없었지만 잴 수도 없는 사람의 깊이를 질러보거나 쓸데없이 너비를 어림잡아보기도 하였네 차고 이울어지는 것이 달의 이치인데 보름달만 달이라고 우기는 것이 어리석은 자 하나를 휘두르는 꼴이었네 칼이 송곳이 되는 세월을 살다 보니 너와 나의 간격을 가늠할 수 없는 자를 어디다 버릴까 궁리 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