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일기 2
체납공과금 통지서처럼 봄은 온다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만세소리 들리고
유관순 누나도 함께 온다
벗어라 낮은 물소리 귓가를 스치며
더욱 허리 굽혀 돌아나간 후
지난 겨울은 쓸쓸하였다
편지 한 통 오지 않았으므로
독백이 가득 찰 때까지 꽃은 피지 않을 작정이었다
빚처럼 목숨은 무거웠다
바다에 내리는 마리화나
마주치기 싫은 사람처럼 봄은 온다
벽으로 조금씩 다가서 온다
끓지 않는 피, 이 봄에
바꿔 입어야 할
옷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