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한 판
쓰러지면 지는 것이라고
사나운 발길에 밟히고 밟혀
흙탕물이 되는 눈처럼 스러진다고
쓰러지지 않으려고
상대방의 샅바를 질끈 쥐었으나
장난치듯 슬쩍 힘을 줄 때마다
나는 벼랑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나뭇잎처럼 가볍게 흔들거렸다
눈물이 아니라 땀이라고 우겨보아도
몸이 우는 것을 막지는 못하는 법
나를 들어 올리는 상대가 누구인지
지금껏 알지 못하였던 어리석음을 탓하지는 못하리라
으라찻차 힘을 모아 상대를 쓰러뜨리려는 찰나
나는 보았다
내가 쥐고 있던 샅바의 몸이
내가 늘어뜨린 그림자였던 것을
내가 쓰러져야 그도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을
허공은 억세게 잡을수록 더 억세진다는 것을
씨름판에 억새가 하늘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