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촉도 2015

이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10. 29. 16:33

이사

 

강남 이 편한 세상에 그가 왔다
검은 제복 젊은 경비원이
수상한 출입자를 감시하는 정문을 지나
대리석 깔린 안마당에 좌정했다

 

몸이 반쪽으로 쪼개져도
죽지 않고 용케
당진 어느 마을 송두리째 뭉그러져 사라져도
용케 살아남았다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의
머리 쓰다듬어 주고
비바람 막아 주며 죽은 듯
삼백 년 벼락 맞고도 살아 있더니
이 편한 세상에
한 그루 정원수로 팔려 왔다

 

푸르기는 하나 완강한 철책에 둘러싸여
손길 닿지 않는 그만큼의 거리
저 불편한 세상과
이 편한 세상 사이에서
눈이 멀고
귀가 막힌 침묵의 우두커니

 

새 한 마리 깃들지 않은 이곳
집과 무덤 사이의 어디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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