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십이월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8. 8. 16. 23:08

십이월

           나호열

 

뉘엿뉘엿 저물어가면서

느리게 닿았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저 여린 풀과 꽃과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자고

곧 땅거미가 지면

이 세상의 모든 집을 향하여

돌아가는 때

혹 길을 잃으면

구슬처럼 돋아나는 별들

오래 머무르지 않는 구름들

기울어진 달이

나뭇가지에 힘겹게 걸려 있을 때

아직 어둠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눈이 내게 있다고

그 눈에 아직도 남아있는

한 방울의 눈물이 모여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고

 

그렇게 뉘엿뉘엿

목화이불 한 채 내려주시는

하늘을 우러르는 달

 

<월간문학 2018년 1월호 원고>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자꽃   (0) 2018.11.30
구둔역에서  (0) 2018.08.23
목발․ 5  (0) 2018.08.01
목발․1  (0) 2018.07.30
산 의자  (0) 2018.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