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 It
오늘도 그가 왔다
굳은 표정과 말 없는 침묵으로
말을 거는 그에게
오히려 나는 할 말이 없다
낯이 익은 탓인지
온갖 비밀로 가득 찼던 몸을
기꺼이 내게 열어주지만
그는 언제나 나에게는 삼인칭의 이름
찬란했던 봄이 가고 딱딱한
눈물이 남는 나무처럼
부드러운 나의 손길에도
깊은 나이테를 보여주지 않는다
잘 가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터이니
나는 다시 또 다른 그를 기다릴 뿐
슬퍼할 겨를이 없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
장의 葬儀의 나날들
계간 시와 소금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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