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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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맹물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7. 3. 1. 22:32

맹물

 

물로 보지마!

화를 내며 돌아선 사람이여

어쩌겠나 우리는 먼 우주에서 날아온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

물에서 태어나고

물 없으면 못 사는데

그래서 생물인데

괴물이 되지 않으려고 세월을 붙잡고 보니

어느덧 고물이 되지 않았는가

멋쩍게 바람이 슬며시 물결로 지우는 웃음처럼

맑은 물에 고요히 얼굴을 비추어보는 것도

슬픈 장난이구나

그리하여 짠맛 매운 맛 다 슬그머니 사라진

맹물이면 또 어떤가

 

* 계긴 시와 경계 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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