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
물로 보지마!
화를 내며 돌아선 사람이여
어쩌겠나 우리는 먼 우주에서 날아온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
물에서 태어나고
물 없으면 못 사는데
그래서 생물인데
괴물이 되지 않으려고 세월을 붙잡고 보니
어느덧 고물이 되지 않았는가
멋쩍게 바람이 슬며시 물결로 지우는 웃음처럼
맑은 물에 고요히 얼굴을 비추어보는 것도
슬픈 장난이구나
그리하여 짠맛 매운 맛 다 슬그머니 사라진
맹물이면 또 어떤가
* 계긴 시와 경계 2017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