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
애써 지워버린 너의 얼굴이
앙상해진 겨울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네
가슴 출렁이던 머리결은 바다로 가고
작은 기쁨에도 피어나던 웃음꽃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는지
지워도 지워도 그 마음은 지워지지 않았는지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눈송이처럼
애써 차갑게 혼자 기울어가는 사람
뒤돌아 모르는 척 이름 부르면
어느새 서산 너머로 몸을 사루는가
세월을 빌어 잊은 지 오래였어도
차마 겨울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그 마음을 슬그머니 잡아보는 밤
* 계간 시와 문화 2017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