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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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만월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7. 2. 20. 00:11

만월


애써 지워버린 너의 얼굴이

앙상해진 겨울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네

가슴 출렁이던 머리결은 바다로 가고

작은 기쁨에도 피어나던 웃음꽃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는지

지워도 지워도 그 마음은 지워지지 않았는지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눈송이처럼

애써 차갑게 혼자 기울어가는 사람

뒤돌아 모르는 척 이름 부르면

어느새 서산 너머로 몸을 사루는가

세월을 빌어 잊은 지 오래였어도

차마 겨울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그 마음을 슬그머니 잡아보는 밤


* 계간 시와 문화 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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