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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寧國寺의 은행나무. 1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11. 6. 18:09

 

이 땅이 고난을 겪을 때 나는 속울음… 그러나 근심하지마라… 숱한 내우·외환에도 나는 천년을 굵어왔다

이 나무가 뿌리 내린 때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대략 천년 전이다. 1016년 무렵이라 하자. 고려 현종 7년이다.
해마다 노랗게 잎을 물들이고 다시 파란 잎을 돋우기 천년. 한자리에서 내 몫을 다하며 긴 세월을 지켜왔을 따름이다

입력 : 2016.11.03 04:00

영동 寧國寺의 은행나무

천년을 굵어 왔다. 충북 영동 땅이다. 내가 뿌리 내린 때를 나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대략 천년 전이다. 1016년 무렵이라 하자. 고려 현종 7년이다. 이해에도 고난은 이어졌다. 거란이 이 땅을 침범했다. 북방에서 요나라를 일으킨 세력이다. 우리 군사 수만 명이 죽었다. 5년 전엔 거란 침입에 쫓겨 임금이 개경을 떠나 나주로 몸을 피해야 했다. 내 앞에 있는 절집 이름을 국청사(國淸寺)라 했으니 흐린 나라 맑아지기를 얼마나 고대했을 것인가.

나라 걱정은 내력이다. 내 나이 삼백쉰 살 때인 1361년 홍건적이 이 나라를 삼키려 했다. 역사는 이들을 도적[賊]이라 낮춰 부르나 실상은 원나라를 떨게 했던 강력한 세력이었다. 나라는 수도를 빼앗기고 임금(공민왕) 일행은 안동으로 피신했다. 그때 나라가 무너졌다면 당신들은 지금 남의 말을 쓰고 있을 것이다. 첩첩산중에 있는 내 앞을 임금은 지나갔다. 절 이름을 영국사(寧國寺)라 고쳐 나라[國]의 안녕[寧]을 기원했다. 지금도 그 이름으로 불린다.

이 땅이 고난을 겪을 때 나는 속 울음을 삼켰으나 누구는 내가 위기 때마다 소리 내 운다고 했다. 어떤 이는 내게 와서 힘겨운 고통을 토로하고 어떤 이는 내게 와서 고달픈 잠을 읽고 가나 나는 삼백예순 날 한자리에서 내 몫을 다하며 긴 세월을 지켜왔을 따름이다. 해마다 노랗게 잎을 물들이고 다시 파란 잎을 돋우기 천년. 그러니 근심하지 마라. 숱한 내우(內憂)와 외환(外患)에도 나는 천년을 굵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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