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우리 동네 마을버스 1119번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10. 12. 23:27

 

우리 동네 마을버스 1119번

 

 

 

사슴이 물마시다 흘린 연두 마음속에서

새싹처럼 돋아 오른 마을버스는

이 마을 저 골목을 둘러서 가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지

한 순간이면 깨달을 인생을

평생을 살아야 겨우 닿는 것처럼

빠르게 가는 법이 없지

나는 지금 종점으로 가고 있어

419 국립묘지가 종점이지

타는 사람보다 내리는 사람이 많아

빈 배가 빈 배를 싣고 가는 것이지

아직 몇 정거장 더 남았어

잠깐이지만 꿈 좀 꿔야겠어

빗맞은 화살처럼 현실을 벗어나는 꿈길

그래도 1119번 마을버스는 달리

고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어

사슴이 제 그림자를 비춰보고

물 마시는 녹천으로 되돌아가지

우리 동네 마을버스 1119번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일담 後日譚  (0) 2016.12.06
내가 하는 일  (0) 2016.11.06
수평선에 대한 생각  (0) 2016.10.11
  (0) 2016.10.10
석류나무가 있는 풍경  (0) 201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