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마을버스 1119번
사슴이 물마시다 흘린 연두 마음속에서
새싹처럼 돋아 오른 마을버스는
이 마을 저 골목을 둘러서 가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지
한 순간이면 깨달을 인생을
평생을 살아야 겨우 닿는 것처럼
빠르게 가는 법이 없지
나는 지금 종점으로 가고 있어
419 국립묘지가 종점이지
타는 사람보다 내리는 사람이 많아
빈 배가 빈 배를 싣고 가는 것이지
아직 몇 정거장 더 남았어
잠깐이지만 꿈 좀 꿔야겠어
빗맞은 화살처럼 현실을 벗어나는 꿈길
그래도 1119번 마을버스는 달리
고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어
사슴이 제 그림자를 비춰보고
물 마시는 녹천으로 되돌아가지
우리 동네 마을버스 111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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