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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선사문화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7. 17. 11:10

 바위에 새긴 그림·문자 생생…7000년 전으로 시간여행

  ⑥ 울산 선사문화 탐방


울산광역시 울주군을 가로지르는 대곡천에는 역사가 흐른다. 울산 태화강의 지류인 이 하천을 따라 선사시대의 흔적이 널려 있다. 천전리 각석, 반구대 암각화 같은 유적도 있고, 1억년 전 공룡 발자국 화석도 남아 있다. 대곡천을 걸었다. 여름 땡볕을 가려주는 울창한 오솔길이 있어, 또 첨단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 더 좋았다.



물길이 만든 길
 
길은 흔적이다. 사람이거나 동물이거나 물이거나. 누군가 지나간

울산 대곡천 계곡에 있는 천전리 각석. 청동기시대에 새긴 문양과 신라시대 명문이 바위에 선명히 남아 있다.

흔적이 길에 새겨진다. 하여 길의 역사가 길수록 오래된 사연이 따라 붙게 마련이다. 울산에도 뿌리 깊은 길이 하나 있다. 울산시가 2013년 조성한 ‘태화강 100리길’이다. 이름 지어진 역사는 짧으나, 길이 품은 이야기는 세월을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태화강 100리길은 이름 그대로 강을 따라 이어진 길이다. 울산 태화강 하류 명촌대교에서 울주군 백운산(893m) 탑골샘까지 길이 뻗어 있다. 장장 48㎞의 길이니, 120리 길이다. 애초 이 길을 튼 건 사람이 아니라 물이었다. 백운산에서 발원해 구량천·반곡천·대곡천 등의 지류와 만나 동해로 흐르는 물줄기가 태화강이고, 그 물가에 난 길이 태화강 100리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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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천 상류에 있는 공룡 발자국 화석. 녹색 테이프로 표시돼 있다.

태화강 100리길의 백미는 2구간에 숨어 있다. 울주군 범서읍 망성교에서 두동면 천전리 대곡박물관을 잇는 15㎞ 길이다. 정확하게는 2구간 끝자락 대곡천변에 오랜 세월을 버틴 극적인 풍경이 몰려 있다. 울산시가 보유한 국보 문화재 2점 모두가 대곡천의 품에 안겨 있다. 대곡천 상류에 있는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과 중류의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다.

암각화(巖刻畵)와 각석(刻石)은 바위나 절벽에 새긴 그림과 문자를 의미한다. 고래·사람 등 약 300점의 그림이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는 역사가 3500~7000년 세월을 헤아린다. 천전리 각석도 연대를 따지려면 청동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곡천을 따라 걷는다는 것은 수천 년 전 역사와 마주하는 일인 셈이다.



생생한 원시 풍경

 

고려 충신 정몽주가 찾았다는 반구대.


대곡천을 걸었다. 대곡천은 울주군 두동면과 언양읍의 산골을 ‘S’ 자로 여러 차례 휘감는 하천이다. 이 물길을 따라 산길이 나 있었다. 천전리 각석은 대곡천변 낮은 벼랑 아래에 있었다. 영화관 스크린처럼 생긴 너비 10m, 높이 3m의 암면(巖面)으로 청동기시대에 새긴 추상적인 문양도 보이고, 6세기 법흥왕 시절 새긴 명문(銘文)도 선명했다. 문화해설사가 “신라 왕족이 다녀갔을 만큼 대대로 영험하고, 경치 좋은 바위”라고 설명했다.

맞은편 너럭바위에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수두룩했다. 사람이 들어가고도 남을 발자국 크기에서 발자국을 낸 공룡의 크기를 가늠했다. 대곡천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수천 년의 시간이 오갔다.
 
울창한 오솔길을 지나 반구대 앞에 이르니 시야가 트였다. 큰 물굽이가 돌아 지나는 반구대(盤龜臺)는 이름처럼 언덕의 모양이 거북이 엎드린 모습을 닮아있었다. 반구대는 포은대(圃隱臺)로도 불린단다. 포은 정몽주(1337~92)가 유배기에 머문 장소이기 때문이다. 반구대는 소나무로 무성했고, 그 언덕 위에 포은을 기려 세운 유허비(遺墟碑)가 들어앉아 있었다.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 건너편 전망대에서 구경할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를 만나러 가는 길은 더 극적이었다. 자연습지와 대숲을 차례로 지나니 대곡천 건너편으로 거대한 절벽이 드러났다. 마침 관광객을 안내하는 문화해설사가 있었다.

“강물 위에 너비 8m, 높이 5m 규모로 바위그림이 있어요. 대곡천 하류에 댐이 생긴 뒤로 물에 잠기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은 강이 가물어서 관찰이 어렵지 않아요. 절벽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오후 3~4시가 그림이 가장 잘 보여요.”

전망대에서 강 건너 암각화까지는 약 70m 거리였다. 전망대 망원경에 눈을 맞췄다. 마침 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켰다. 수천 년 전에 새겨진 갖은 동물 문양이 시야에 들어왔다. 햇빛을 받은 고래·맷돼지 문양이 살아 움직이듯 선명해 보였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울산대곡박물관.


울산대곡박물관에서 천전리 각석을 지나 반구대 암각화까지는 약 4㎞ 거리다. 쉬지 않고 걸으면 1시간 3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하나 이 길을 쉬지 않고 걷는 이는 없다. 문화재도 문화재이지만, 산세와 물굽이가 만들어내는 풍경 또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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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곡박물관에 전시 중인 오리 모양 토기.

길에서 만나는 두 박물관도 실속 있다. 울산대곡박물관에는 1999~2004년 대곡댐을 건설할 때 발굴한 각종 토기와 도자기 등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뒤편으로는 수자원공사 여수 전망대로 가는 산책로가 있다. 이곳에서 대곡댐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구대 옆 울삼암각화박물관에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실물 크기로 재현돼 있다. 실물은 외부 환경에 따라 관람이 어려울 수 있지만, 박물관에서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선명한 암각화를 구경할 수 있다.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반구대 암각화 모형을 활용한 AR(증강현실) 체험이 가능하다.


 스마트한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원해 만든 암각화 AR 투어다. 현실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AR(증강현실)을 활용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박물관 곳곳에 설치된 마커(일종의 바코드) 또는 전시물을 전용 태블릿 PC로 인식하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해 선사시대 얘기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반구대 암각화 모형을 태블릿PC로 촬영하면 화면에 원시인 캐릭터들이 나와 그림을 새기는 시늉을 한다. 반구대 맞은편의 정자 집청정에서는 태블릿PC로 보물찾기도 할 수 있다.

AR투어 가이드 오민진(25)씨는 “딱딱한 백과사전식 설명이 아니라, 게임처럼 가볍게 우리 문화재를 즐길 수 있는 콘텐트라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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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300

● 여행정보=week&이 걸은 울산대곡박물관(여수전망대)~천전리 각석~울산암각화박물관~집청정~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코스는 약 4㎞의 길이다. 울산대곡박물관이 KTX울산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가벼운 운동화로도 걸을 수 있는 순한 길이지만, 매점 같은 편의시설이 없으므로 물과 간식을 미리 챙겨가는 게 좋다. 천전리 각석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 문화해설사가 배치돼 있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울산대곡박물관(052-229-6638)과 울산암각화박물관(052-229-6678) 모두 입장료가 없다. AR투어 프로그램(052-259-2732)은 미리 신청해야 체험할 수 있다. 3000원. 31일까지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글=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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