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처럼 빠진 인기… 거래 끊겼지만 붓은 자유로워져"
입력 : 2016.03.08 03:00 | 수정 : 2016.03.08 07:46
['뉴욕' 주제로 개인전 여는 오치균]
2년前, 작품 最高價 작가 중 한명… 단색화 쏠림 현상에 타격 입어
"고학생일 땐 '부랑자'만 보였고 사정 나아지면서 맨해튼 빌딩이,
이번엔 뉴욕의 '자연'이 보였죠"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개인전을 통해 국내에서 25년 만에 '미술관 전시'로 관객을 만나는 오치균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작심한 듯했다. 오치균은 손가락에 물감을 찍어 그리는 지두화(指頭畵) 기법으로 고흐 그림처럼 두꺼운 질감으로 풍경과 인물을 그린다. 현존 국내 작가 중 작품 값이 가장 비싼 작가 중 하나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2005~2014년 낙찰 총액 기준 7위 작가다. 현존 작가로는 이우환, 김종학에 이어 3위다. 3년 전엔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검찰이 압류한 장남 전재국 컬렉션에 그의 작품이 10여 점 포함돼 있어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미술 시장의 부침을 가장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하다. 2007년 미술 시장이 초호황을 누렸을 때 1000만원을 호가하던 호당 가격이 2014년에는 20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국내 미술 시장의 흐름이 단색화로 몰려가면서 타격을 받았다. 그는 "2014년 말 이후 화상을 통해 직접 거래된 작품은 한 점도 없다"고 했다. 인기가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갔다.
"전화위복(轉禍爲福). 그 사이 고비 때마다 기회로 삼았습니다. 물꼬를 스스로 냈어요. 그쪽으로 물이 흐르느냐 마느냐는 내 몫이 아니고요." 이번 전시는 분명히 위기에 처한 그에게 돌파구다. '잘 팔리는 작가'도 중요하지만 '잘 그리는 작가'임을 다시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은 듯하다. 주제는 '뉴욕'이다.
"2년 전 가을 전시를 끝내고 거래하던 화랑하고 관계도 끝나니 뭔가 허망하더군요. 여행차 뉴욕에 갔는데 그전에는 안 보이던 뉴욕의 가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전의 농가에서 10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고학으로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술 학원으로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1987년 뉴욕 유학(브루클린대 미대)길에 올랐다. 그러나 사기를 당해 돈을 몽땅 날리고 생계난에 허덕인다. 1991년 금호미술관 귀국전(展)에서 호평받은 출세작 '홈리스' '인체' 시리즈가 그때 탄생한 그림이다. 어두컴컴한 화폭에 뉴욕의 부랑자들을 형체 없이 구겨 넣은 그림이었다.
1992년 다시 미국에 갔을 땐 사정이 조금 나아져 소호의 아파트에 살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설경' 시리즈 등 고층빌딩에서 내려다본 맨해튼의 풍경이 화폭에 담겼다. 이번에 보이는 신작엔 센트럴파크의 울긋불긋한 가을이 담겼다. 같은 '뉴욕'을 다뤘지만 전혀 결이 다른 세 가지 풍경 100여 점이 전시장 전관을 채웠다. "하루하루 생계 걱정을 했을 땐 내 처지와 비슷한 부랑자밖에 눈에 안 들어왔습니다. 조금 사정이 나아지니 맨해튼의 빌딩이 보이더군요. 이번에 다시 가니 햇살이, 자연이 보였습니다."
오치균은 "지난 30년을 모아봤더니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저는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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