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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다시 태어난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2. 17. 11:34

100년 만에 다시 태어난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

입력 : 2015.12.17 03:00

16일 석탑 보수 현장 공개
"남아있는 6층까지만 보수… 역사성·진정성 보존이 원칙"
2017년 7월 완공 예정

"자, 이제 내려갑니다!"

거대한 크레인에 매달린 1t짜리 석재(石材)가 공중에서 서서히 이동했다. 기계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16일 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공사 현장. 1층 심주석(心柱石) 세 번째 돌을 제자리에 올려놓자 석공들이 "조금만 더 왼쪽으로"라며 간격을 맞췄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100년 만에 다시 태어난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콘크리트를 덧발라 보수하기 이전의 '제 모습 찾기'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날 "그동안 바닥을 다지고 1층 기둥을 세웠고 오늘부터 본격 공사에 들어간다"며 언론에 현장을 공개했다.

16일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공사 현장에서 1층 심주석 세 번째 돌을 올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2017년 완공될 석탑 추정도.  

 

16일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공사 현장에서 1층 심주석 세 번째 돌을 올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2017년 완공될 석탑 추정도. /문화재청 제공
639년 백제 무왕 때 만든 미륵사지 석탑은 현존하는 동아시아 최고(最古)이자 최대(最大) 석탑이다. 1915년 서쪽면 전체와 남쪽 북쪽면 일부가 무너져 내려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시멘트를 덧씌웠다. 원래 9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무너진 후엔 6층까지만 남았다. 그나마도 2~6층은 경사면이 급히 기울어진 상태다.

1998년 석탑의 구조안전진단 과정에서 해체 보수하기로 결정돼 석탑을 모조리 해체하고 다시 올리는 작업이 17년째 진행 중이다. 지난 2009년에는 석탑 1층 심주석에서 금제 사리항아리와 명문이 적힌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사리를 담은 용기)가 발견돼 학계를 흥분시켰다. 이를 통해 석탑의 정확한 건립 시기(639년), 미륵사 창건의 성격과 발원자가 밝혀져 "무령왕릉 이후 백제사 최대의 고고학적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05년부터 탑을 어디까지 복원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①경사면이 그대로 남아있는 6층까지만 보수 정비 ②6층까지 말끔하게 복원 ③9층까지 복원하자는 안이 치열하게 논의돼 왔다. 익산 지역 등 일부에선 "9층까지 복원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2011년 문화재위원회에서 남아있는 모습 그대로 6층까지만 보수하자는 ①안이 최종 결정됐다.

김덕문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복원이 아니라 보수"라고 강조했다. "삼국유사 등 기록을 다 훑어봐도 실제 몇 층이었다는 기록이 없어 함부로 추정·복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화재 복원의 원칙은 어디까지나 역사성과 진정성 보존이어야 하고 고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추론에 의해 과도하게 복원하면 안 된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원형 보존을 위해, 훼손된 부재는 과학적 방법으로 보강한 후 최대한 재사용한다. 연구소는 "62%가 원래 부재, 새 부재는 38%를 쓴다. 새 돌은 원래 석재와 성분이 가장 유사한 인근의 황등면에서 가져와 쓴다"고 했다. 2~6층까지의 경사면이 무너질 위험을 줄이기 위해 700개의 돌을 탑의 윤곽에 맞게 채운다는 계획이다. 2017년 7월 완공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