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30분 / 나호열
아침마다 절벽을 향해 갔지
간밤의 불온했던 생각들
쓰레기봉지 하나 가득
재활용 수거함에
편지를 부치듯 넣곤 했지
지름길은 없을까
체증으로 뒤범벅된
붉은 신호등 앞에서
가끔은 차선을 넘고 싶었지
저 금지의 신호들
부질없는 이정표의 손가락질 사이로
때이른 추위에 청운의 낙엽들
이리 저리로 몰려
홑겹 그림자들 펄럭이는 이 도시
혜초는 이 절벽을 어떻게 넘어 갔을까
엉금엉금 기어서
조금씩 낡아져 가는 집과
헤어지는 얼굴들
주소지 불명으로 되돌아오는 저녁은
마음 한 덩어리만큼 무겁다
오전 7시 30분
겨드랑이에서 자라다만 날개가
힘없이 나를 웃기다가
나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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