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오전 7시 30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5. 28. 13:57

 

오전 7시 30분 / 나호열

 

 

아침마다 절벽을 향해 갔지

간밤의 불온했던 생각들

쓰레기봉지 하나 가득

재활용 수거함에

편지를 부치듯 넣곤 했지

지름길은 없을까

체증으로  뒤범벅된

붉은 신호등 앞에서

가끔은 차선을 넘고 싶었지

저 금지의 신호들

부질없는 이정표의 손가락질 사이로

때이른 추위에 청운의 낙엽들

이리 저리로 몰려

홑겹 그림자들 펄럭이는 이 도시

혜초는 이 절벽을 어떻게 넘어 갔을까

엉금엉금 기어서

조금씩 낡아져 가는 집과

헤어지는 얼굴들

주소지 불명으로 되돌아오는 저녁은

마음 한 덩어리만큼 무겁다

오전 7시 30분

겨드랑이에서 자라다만 날개가

힘없이 나를 웃기다가

나를 울린다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 나 맞아?  (0) 2013.05.31
壁 / 나호열  (0) 2013.05.30
황사, 그 깊은 우울 / 나호열  (0) 2013.05.24
큰 바보   (0) 2013.05.23
낡은 집 / 나호열  (0) 2013.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