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눈물이 시킨 일 2011

거룩한 환생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2. 17. 09:55

 

 

 

거룩한 환생

 

오래 되었다

사랑도 없이 먹먹한 세월이

설렘을 곰삭혔을까

그와 함께 있다는 것이 부끄럽고

역겨울 때

액자 안에서 멋쩍게 웃고 있는 시선이

허공을 떠도는 먼지 같을 때

슬며시 다가오는 기억 같은 것

훔치고 닦아내면서 진저리치는 까닭에

언제나 마지막 뒤처리는

깨끗이

깨끗이 손을 닦는 일

 

한 때는 황홀한 알몸을 애무하고

자물쇠도 없는 그곳을

장미로 피어나게 하던 그가

오래 전 걸레가 되었다

 

걸레가 없다면

지난밤의 얼룩과 더러운 눈물을

누가 지울까

그리하여 이 말은 욕이 아니다

 

걸레 같은 놈!

 

 

 

 

 

'눈물이 시킨 일 2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하는 소   (0) 2013.02.20
운동 후기 運動 後記   (0) 2013.02.19
독과 약, 또는 독약  (0) 2013.02.16
조롱 밖의 새  (0) 2013.02.14
불꽃   (0) 2013.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