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환생
오래 되었다
사랑도 없이 먹먹한 세월이
설렘을 곰삭혔을까
그와 함께 있다는 것이 부끄럽고
역겨울 때
액자 안에서 멋쩍게 웃고 있는 시선이
허공을 떠도는 먼지 같을 때
슬며시 다가오는 기억 같은 것
훔치고 닦아내면서 진저리치는 까닭에
언제나 마지막 뒤처리는
깨끗이
깨끗이 손을 닦는 일
한 때는 황홀한 알몸을 애무하고
자물쇠도 없는 그곳을
장미로 피어나게 하던 그가
오래 전 걸레가 되었다
걸레가 없다면
지난밤의 얼룩과 더러운 눈물을
누가 지울까
그리하여 이 말은 욕이 아니다
걸레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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