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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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시킨 일 2011

운동 후기 運動 後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2. 19. 00:20

 

 

 

운동 후기 運動 後記

 

- *노동이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Arbeit Macht Frei

 

몸에서 화약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 것은

그해 시월 때문이다

놀이와 노동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늘 힘이 모자랐다

낙하하는 포탄의 작열과

가지에서 떨어지는 벚꽃의 아우성이

피와 살의 힘

나는 빗나간 화약으로 태어났던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들이 진 만큼

또 수 없이 많은 꽃들이 피어났던 까닭에

우리는 놀이와 노동의 근친을 잊었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홍조 그 부끄러움은

무거운 짐을 나르는 한 사내의 불끈거리는

팔뚝의 힘줄을 볼 때 더하다

 

앞으로 밀고, 잡아당기고, 위로 올리고

걷고 뛰면서

나는 한 사내를 이기고 싶다

누가 노동이 자유롭게 한다고 했는가

짐승의 시간이 초식의 슬픔을 잘게 부술 때

땀은 화약냄새를 짙게 풍긴다.

 

지금 내가 들어 올리는 것은

0 그램의 허무

깊은 날숨이다.

 

* 폴란드 아우슈비츠 유태인 수용소 정문에 아치로 걸려 있는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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