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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사랑한 이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5. 6. 11:18

 

시가 있는 금요일]장미를 사랑한 이유 - 나호열

 

경상일보 2011년 09월 01일 (목) 21:18:20

 

 

 

꽃이었다고 여겨왔던 것이 잘못이었다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이 고통이었다

슬픔이 깊으면 눈물이 된다

가시가 된다

눈물을 태워본 적이 있는가

한철 불꽃으로 타오르는 장미

불꽃 심연

겹겹이 쌓인 꽃잎을 떼어내듯이

세월을 버리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처연히 옷을 벗는 그 앞에서 눈을 감는다

마음도, 몸도 다 타버리고 난 후

하늘을 향해 공손히 모은 두 손

나는 장미를 사랑한다

 

■ 나호열 시인은

충남 서천 출생. 1986년 월간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 1991년 시와 시학의 중견 시인상 수상. 시집으로 ‘담쟁이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망각은 하얗다’,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등이 있다. ‘미래시’, ‘강남시’ 등 동인. 현재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누구를 사랑한다는 일은 그로 인해 무엇인가를 배워가는 과정이다.

▲ 이기철 시인

 

‘꽃이었다고 여겨왔던 것’,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이 다 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누군가 사랑을 ‘思量’이라 했다. 상대를 향한 생각하는 양이다.

‘장미를 사랑한 이유’는 다름 아닌 ‘세월을 버리는 것’, ‘처연히 옷을 벗는’ 일임을 뒤늦게 깨달아 되레 부끄러운 마음 들게 한다.

사랑은 발효가 되어야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여태 알지 못했던 당신에 대한 소소한 일들이 이제 눈에, 마음에 들어온다. 이기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