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골 마을 이야기
송 낙 현
뒷산에 산새가 꾸룩 꾸룩 울면 뭐하나
마을에 애기울음 끊어진지 오래인데
봄바람 싱그럽게 불면 뭐하나
에헴 에헴 새벽 기침 사라지고 있는데
개구리 개골개골 합창하면 뭐하나
문 닫는 마지막 수업 울음소리 요란한데
신토불이 신토불이 외치면 뭐하나
백의(白衣)의 새 색시 찾아 볼길 없는데
적막강산에 대한 야유
도시는 넘쳐나고 산골엔 인기척이 없네.
너너 나나 살기 힘드니 도시로 발걸음을 옮기고 농촌에서 뼈가 굵은 사내들은
배필을 구하지 못하여 속절없이 늙다가 이국 땅 말 통하지 않는 젊은 처자를 구해온다.
누가 고생하는 농촌에서 살기를 원하나?
청년실업보다 더 무서운 건 험한 일 하지 않고 편하게 사는 것.
그 권리를, 그 자유를 누가 탓할 수 있겠느냐만은 우리 모두는 공범자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리.
누가 자기 딸을 산골에 시집 보내려 하나? 그 누가 자기 아들을 농부로 키우려 하나?
公約을 空約으로 바꾸는 정치인들이 할 일이란 어떻게 하면 우리 농촌이 도시 생활자보다 잘 살게 하는가를 화두로 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부끄럽다.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랑가시나무 (0) | 2012.07.01 |
---|---|
달빛 끌어안기 (0) | 2012.06.30 |
짧은 시, 긴 여운 (0) | 2012.03.08 |
알몸들과 행복한 (0) | 2012.01.21 |
첫눈 (0) | 2011.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