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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어느 산골 마을 이야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3. 26. 01:56

 

어느 산골 마을 이야기

 

 

송 낙 현

 

 

뒷산에 산새가 꾸룩 꾸룩 울면 뭐하나

마을에 애기울음 끊어진지 오래인데

 

봄바람 싱그럽게 불면 뭐하나

에헴 에헴 새벽 기침 사라지고 있는데

 

개구리 개골개골 합창하면 뭐하나

문 닫는 마지막 수업 울음소리 요란한데

 

신토불이 신토불이 외치면 뭐하나

백의(白衣)의 새 색시 찾아 볼길 없는데

 

 

적막강산에 대한 야유

 

도시는 넘쳐나고 산골엔 인기척이 없네.

너너 나나 살기 힘드니 도시로 발걸음을 옮기고 농촌에서 뼈가 굵은 사내들은

배필을 구하지 못하여 속절없이 늙다가 이국 땅 말 통하지 않는 젊은 처자를 구해온다.

누가 고생하는 농촌에서 살기를 원하나?

청년실업보다 더 무서운 건 험한 일 하지 않고 편하게 사는 것.

그 권리를, 그 자유를 누가 탓할 수 있겠느냐만은 우리 모두는 공범자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리.

누가 자기 딸을 산골에 시집 보내려 하나? 그 누가 자기 아들을 농부로 키우려 하나?

公約을 空約으로 바꾸는 정치인들이 할 일이란 어떻게 하면 우리 농촌이 도시 생활자보다 잘 살게 하는가를 화두로 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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