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인터넷과 영화 또는 인터넷 영화 (2)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9. 2. 9. 01:54

인터넷과 영화 또는 인터넷 영화 (2)


  캐나다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계신 목사 한 분이 모처럼 서울에 오시기로 하였다. 서울에 닿는 대로 연락을 주기로 하였는데 며칠 째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 후에 그 분과 만나게 되었을 때, 왜 연락을 주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그 분의 대답이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연결이 되지 않더라는 것이다. 전화를 걸면 번번이 음악이 나오고 해서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나 하고 오히려 내 걱정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내 전화가 고장이 난 것도 아니었고 우리가 악서사리처럼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는 컬러링을 그 분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 연락불통의 원인이었다.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두 배가 넘는 선진국, 삼백 오십만이 넘는 국제도시에서 살아도 우리네처럼 작고, 복잡한 기능과 다양한 서비스를 갖춘 이동통신 기기를 접할 수 없었던 그 분은 우리나라 휴대전화의 정밀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OECD에 가입하고 있는 나라들을 비교하는 여러 지표를 따져볼 때 대부분의 항목에서는 하위권을 맴도는 우리지만, IT분야에서만은 단연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컴퓨터 보급대수나 광통신망 접속 가구 수, 인터넷 사용 시간 등의 지표를 보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인터넷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과 영화


몇 년 사이에 우리의 영화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아직도 헐리우드 영화의 물량과 기술, 엄청난 자금력에 불안을 느끼며 스크린 쿼터 철폐 여부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실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유명 영화제에 출품한 작품들이 속속 수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부산을 위시한 몇 개의 도시에서 국제영화제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 영화는 하나의 산업으로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몇 년 전 「쉬리」로부터 시작된 엄청난 관객 동원은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에 와서는 전 인구의 1/4에 이르는 천 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신화를 창출하게 되었다. 이는 시나리오의 탄탄한 구성력과 창의성, 작품을 완성하는 감독들의 참신성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배급 시스템과 홍보 전략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그것 보다 더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젊은 세대들의 영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참여에 있다.

우리나라 영화 관객의 대다수를 점하는 30대 이하의 세대들은 그 이전 세대와는 달리 컴퓨터와 인터넷의 세계에 매우 친숙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거부하기는커녕 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될 삶의 도구로 받아들이는 세대이다. 그들은 재빠르게 인터넷에 접속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인터넷망을 통하여 여론을 환기시키며,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임무를 기꺼이 수행하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영화는 컴퓨터와 인터넷망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삶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김탁환의 「이야기에 관한 어리석은 이야기」의 다음과 같은 분석은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의 세태를 여실하게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정보의 홍수’라는 말이 유행이지만, 정말 ‘이야기의 홍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10년 전, 혹은 1년 전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매일 다양한 매체(활자나 영상/아날로그나 디지털)를 통해 접하고 있습니다. 어떤 매체는 이야기 구조의 최소한의 완결성과 미적 아름다움이 요구되지만, 또 어떤 매체는 오히려 그런 완결성과 아름다움을 배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 실용서 혹은 경제경영서에 담긴 이야기들은 문학적 수사나 미적 아름다움의 추구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한 인간의 ‘체험’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입니다. 즉 이렇게 하면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고 이렇게 하면 외국어를 짧은 기간 안에 배울 수 있으며 이렇게 하면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이야기의 형식으로 들려주는 것입니다.)

조금 더 젊은 세대들의 삶의 형태 속으로 들어가 보면 젊은 세대들이 욕구가 '인터넷 소설' 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소통되고 소모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가 있다. 젊은 세대들은 기존의 소설이 갖고 있는 엄숙함이나 철학적 삶의 진실성을 담보하는 이야기보다는 자신들의 현재에 밀착하면서 함께 숨쉬는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선호하고 환호한다. 인터넷 상에서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무한 번식하는 글들을 생산한다. 그들은 또한 생산하고 다시 그것들을 소모하는 '프로슈머'로 본격소설과는 또 다른 영토를 확보했다. 전평국은 「인터넷 소설영화, 그들만의 리그: 한국영화장르의 또 하나의 가능성」에서 인터넷소설의 얼개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인터넷 소설의 독자는 언제든지 저자가 되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작품을 읽고 창작할 수 잇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소설의 작가는 소설의 내용을 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지만 인터넷소설의 저자는 독자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합작을 하기도 하고, 독자에게 저자로서의 고유권한을 내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성은 저자와 독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독자와 독서 의 선택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이러한 소설들은 수 십 명의 등장인물을 배치하고 각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 각각의 이야기, 즉 수십 개의 소설을 만들어 놓고 독자의 취향대로 읽어나가게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 개의 소설이라기 보다는 여러 개의 소설의 집합이다. 다시 말하면 구성도 독자가 선택하도록 시작, 중간, 끝으로 되어 있고, 독자가 원하는 인물을 선택하여 읽을 수 있도록 여러 주인공이 있으며, 원하는대로 이야기를 선택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오늘날의 한국영화의 번성은 디지털 세대의 영화에 대한 관심과 열기, 그리고 디지털 세대가 만들어낸 '인터넷 소설'의 영화화라는 구조 속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보여진다. 예전처럼 영화 제작자들은 시나리오를 문학에 기대어 찾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망에서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인터넷 소설'을 주목하고 조회수가 많은 작품을 선택하여 영화화한다. 이미 인터넷상에서 호응도가 검증된 작품을 영화화했을 때의 성공률은 높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이 일상 속에서 겪은 이야기들, 그들이 인식하고 있는 세계관과 관심의 영역을 고스란히 재현함으로써 그들을 자연스럽게 스크린 앞으로 끌어 모을 수 있는 여건이 완성되는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옥탑방 고양이」등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영화들은 페미니즘적 성향과 세태에 맞물리면서 절은 세대들의 공감을 얻어내는데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스케일이 크거나, 이념지향적이 아니면서, 젊은 세대들의 자잘한 일상과 그 일상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실감나게 제시됨으로써 이제 '인터넷 소설' 은 영화의 중요한 원천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와 같이 '인터넷과 영화'가 영화에 미치는 인터넷의 영향력을 고찰하는 것이라면 '인터넷 영화'는 영화의 한 속성으로서 자리잡은 영역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 영화


인터넷 영화는 1999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영화의 한 형태이다. 필름으로 제작된 영화를 디지털화하거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뒤 디지털 편집을 거쳐 인터넷을 통해 배급되는 영화가 인터넷 영화이다. 이 인터넷 영화는 인터넷 극장이라는 배급 망을 통하여 수요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며,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서 인터넷이 설치된 곳이라면 어디서든 자유롭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망이 발달한 조건에서 인터넷영화의 발전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에 덧붙여 디지털을 근간으로 하는 통신기기의 발전은 영상압축기술을 향상시킴으로써 영화감상의 현장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인터넷 영화는 기존의 영화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데 유선실은 「인터넷 영화」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제작부분에서는 배우 캐스팅에서 시나리오 입수, 투자를 유치하는 업무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이용함으로써 비용의 감소와 영화제작의 효용성을 제고할 수 있다. 두 번 째는 인터넷 영화의 활성화로 극장배급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배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메이저 영화사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되던 영화산업에서 소규모 독립영화사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활성화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셋째 인터넷 영화관이 새로운 배급채널로 등장하면서 배급채널이 다양화되고 있고 기존의 영화배급체제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특히 인터넷 영화의 윈도우 순서가 앞당겨 지면서 영화배급 채널 중에서 가장 큰 수입을 올리고 있는 비디오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향후 두 채널간의 마찰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영화업체들은 약 120개 정도로서 기 제작된 영화를 많게는 500편에서  몇 십 편에 이르기까지 확보하고 있으며 대부분 유료서비스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개인 컴퓨터의 보급률이 높고 각종 전자산업의 첨단화로 양질의 전송수단을 갖춘 상황에서는 인터넷 영화의 발전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대개의 인터넷영화업체들은 영화제작사로부터 보유기간이 상당시간 경과한 작품 상영권을 확보하여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 독립 인터넷 극장,  하나로, 두루넷과 같은 인터넷전송망 사업자, 다움, 나우누리, 야후와 같은 종합포탈 서비스업체들이 인터넷 영화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대부분은 영화제작사들이 보유한 장편 영화의 상영권을 확보하고 있어 인터넷인구의 확산과 맞물려 장차 성장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른 한 편에서는 영화제작사의 장편 영화를 재송출하는 영역으로부터 탈피하여 자체 제작된 인터넷 영화를 배급하는 방향으로의 선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영화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몇 회사가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 전용의 독립영화를 제작함으로써 진정한 인터넷시대의 영화의 영역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은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컴퓨터나 휴대전화기와 같은 통신기기를 통하여 장시간 동영상을 전송받을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짧은 단편영화나 애니메이션 장르의 확산과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영화산업처럼 디지털 또는 인터넷과 행복한 관계를 맺은 예술 분야는 없다.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영화는 새롭게 탈바꿈을 하기 시작했다. 공상으로만 여겨졌던 이미지의 재현은 컴퓨터그래픽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에 의해서 가능해졌고, 인터넷 소설의 발빠른 변모는 문학 장르에 의존했던 영화 텍스트의 고갈을 막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를 관람하는 대중과 제작자의 거리를 좁혀주고, 수평화함으로써 영화가 생활의 한 부분이 되는데 큰 기여를 해 왔다.

우리나라 영화의 융성은 컴퓨터 세대, 디지털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인터넷의 쌍방향성, 상호텍스트성은 다른 예술분야가 획득하지 못하였던 대중성과 상업적 이익을 성취하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약동하고 분출하는 젊음의 에너지를 사회에 공급함으로써 문화의 동력을 고취시켰다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전송 받을 수 있는 단편영화나 애니메이션 영화의 제작과 보급은 또다른 산업적 이익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소모하는 수요자들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과 영화는 한 편으로는 세계를 확장시키고 다른 한 편으로는 지역적 거리를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인류, 노마드의 탄생을 촉발시켰다. 꿈의 실현과 억압의 해소, 이 두 가지 기능을 인터넷과 영화 또는 인터넷 영화가 얼만큼 조화롭게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