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05/16 10

[2024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시]

[2024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시]​시운전​      강지수​날 때부터 앞니를 두 개 달고 태어난 아이치고 천성이 소심하다 했습니다가장 부끄러운 기억이 뭐예요?종합병원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발가벗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을 때요그게 기억나요?최초의 관심과 수치의 흔적이 앞니에 누렇게 기록되었지요 나와 함께 태어난 앞니들은 백일을 버티지 못하고 삭은 바람에 뽑혀야 했지만, 어쩐지 그놈들의 신경은 잇몸 아래에 잠재해 있다가 언제고 튀어 올라 너 나를 뽑았지, 우리 때문에 너는 신문에도 났는데, 하고 윽박을 지를 것 같더란 말입니다횡단보도를 건너다 대大자로 뻗었을 때 혹은 동명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그럴 때에는 앞니를 떠올려보곤 하는 겁니다 천성이란 무엇인지, 왜 어떤 흔적은 흉터로서 역할하지 못하고 삭아져버..

코뿔소

코뿔소 둥글둥글 살아가려면 적이 없어야 한다고 하시다가도생존은 싸늘한 경쟁이라고 엄포도 놓으시던어머님의 옳고도 지당하신 말씀고루고루 새기다가어느새 길 잃어 어른이 되었다좌충우돌 그놈의 뿔 때문에피해서 가도 눈물이 나고피하지 못하여 피 터지는삿대질은 허공에 스러진다이 가슴에 얹힌 묵직한 것성냥불을 그어대도 불붙지 않는 나의 피채찍을 휘둘러도 꿈쩍을 않는고집불통 코뿔소다힘 자랑 하는 코뿔소들 쏟아지는 상처를 감싸쥐고늪지대인 서울에 서식한다코뿔소들이 몰래 버리는이 냄새나는누가 코뿔소의 눈물을 보았느냐

스승의 날

오래된 메일함을 정리하다가 한 통의 메일을 빌견했다. 날짜를 보니 2002년 6월 말쯤이다. 어느 학생이 기말고사가 끝난 후 수강 소감을 보낸 것이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제일 머리 아픈 것이 성적처리인데 이 학생은성적 처리마감 이후에 편지를 보냈다. 성적이 이상하다는 둥, 성적을 올려달라는 둥 적지 않은 학생들의 민원에 시달리던 기억도 떠오른다.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엄격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학생들에게 배운 것도 많다.  다 지난 일이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1학기때 수원캠퍼스에서 교수님의 "철학의 이해"를 수강하였던 학생입니다. 제가 교수님께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진심으로 교수님의 수업을 참 감명 깊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대학이라는 곳에 처음 와서 전공을 포함한 여러가지 과..

위기지학 爲己之學의 詩

시 5편 매화 천지에 꽃이 가득하다젊어서 보이지 않던 꽃들이이제사 폭죽처럼 눈에 보인다향기가 짙어야 꽃이고자태가 고와야 꽃이었던그 시절 지나고꽃이 아니어도꽃으로 보이는 이 조화는바람 스치는 인연에도눈물 고이는 세월이 흘러갔음인가피는 꽃만 꽃인 줄 알았더니지는 꽃도 꽃이었으니두 손 공손히 받쳐 들어당신의 얼굴인 듯혼자 마음 붉히는천지에 꽃이 가득하다 바람과 놀다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들이 더 많이 살고 있는고향으로 갑니다어느 사람은 서쪽으로 흘러가는 강이냐 묻고어느 사람은 죽어서 날아가는 먼 서쪽 하늘을 그리워합디다만서천은 에둘러 굽이굽이 마음 적시고꿈을 입힌 비단 강이어머니의 품속 같은 바다로 잦아드는 곳느리게 닿던 역은 멀리 사라지고역 앞 허름한 여인숙 어린 종씨는어디서 늙고 있는지누구에게 닿아도 내력..

봄망초

[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계란프라이’ 닮은 꽃… 개망초와 달리 줄기 속 비어 있죠봄망초김민철 기자입력 2024.05.13. 03:00   요즘 공터 등에서 흰 꽃잎에 가운데는 노란색을 띤 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개망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요즘 피는 것은 대부분 봄망초로, 개망초와는 약간 다릅니다.                                  봄망초에 꽃이 피어 있는 모습. 봄망초는 4월부터 6월까지 꽃을 피워요. /김민철 기자먼저 개망초는 국화과 두해살이풀이에요. 두해살이풀은 가을에 싹을 틔워 잎을 만들고 그 상태로 겨울을 보낸 뒤, 봄이 오면 꽃과 열매를 만드는 식물을 말해요. 개망초 이외에도 냉이, 애기똥풀 등이 ..

지리산 깊은 골을 지켜온 민족의 기상… 소나무 중의 소나무

[나무편지] 지리산 깊은 골을 지켜온 민족의 기상… 소나무 중의 소나무  ★ 1,231번째 《나무편지》 ★   민족의 영산 지리산 깊은 골에서 긴 세월 동안 민족의 기상을 지키며 서 있는 큰 소나무가 있습니다. 〈지리산 천년송〉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자연유산 천연기념물에 지정돼 있는 근사한 소나무입니다. 이 소나무 이야기는 지난 4월30일의 《경향신문》 칼럼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에 소개했기에 우리 《나무편지》에서 다시 중복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짧은 분량에 작은 사진 한 장으로 제한돼 있는 《경향신문》 칼럼에는 온전히 이 나무를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오늘의 《나무편지》에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경향신문》 칼럼은 제 홈페이지 〈솔숲닷컴〉의 ‘COLUMN’ 게시판에서 ..

괘불: 조선 불교의 ‘재미’

[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야외 법회 때 거는 초대형 부처 그림… 불교 대중화 이끌었죠괘불: 조선 불교의 ‘재미’유석재 기자기획·구성=오주비 기자  ‘부처님오신날’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에 열린 연등놀이 행사에서 ‘뉴진’이란 법명을 가져 ‘뉴진스님’으로 불리는 개그맨 윤성호씨가 신나는 불교 음악으로 디제잉 공연을 선보이고 있어요. /뉴시스 요즘 “불교가 힙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힙하다’는 것은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는 뜻이라고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은 설명합니다. 영단어 ‘힙’(hip)은 유행에 밝다는 뜻입니다.‘힙한 불교’의 대표적인 예로 소개되는 것이 바로 ‘뉴진스님’의 디제잉 공연이죠. 디제잉은 디제이가 음악을 틀어 놓고 음반의..

유물과의 대화 2024.05.16

큰일 났다! 책을 안 읽는 세상

큰일 났다! 책을 안 읽는 세상중앙일보입력 2024.05.16 00:32업데이트 2024.05.16 01:00     박석무 다산학자, 우석대 석좌교수18년의 귀양살이, 전라도의 땅끝 강진이라는 바닷가 고을에서 모진 고통을 겪으며 세월을 보낸 다산 정약용. 고향에 두고 온 두 아들에게 수많은 편지를 통해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었다. 역적죄인으로 유배 사는 아버지 때문에 집안은 폐족이 되어 출셋길이 막힌 불행한 가족이었다.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져 하마터면 좌절할 수도 있는 아들들,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용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해 편지를 통한 가르침을 계속하였다.“짐승이 안 되려면 책 읽어야”유배지 다산이 아들에게 당부출판사·문인들 어려움 걱정돼독서인이 없으면 미래도 없어나는 오래전에 아들..

오월의 의미

오월의 의미 나호열 오월이다.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는 오월의 달력에는 빼곡하게 기념일이 적혀 있다. 오월 초하루 근로자의 날부터 시작해서 어린이날 (5일), 어버이날(8일), 입양의 날(11일), 부처님 오신 날, 가정의 날, 스승의 날(15일), 5.18 민주운동기념일(18일), 성년의 날(20일), 부부의 날(21일), 방재의 날(25일), 바다의 날(31일) 까지 기념해야 하는 날들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날까지 지정해서 기념을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도 개인을 떠나 사회구성원으로서 잊어서는 안되는 고급한 가치를 상기하고 그 가치를 실행에 옮기자는 뜻이 아니겠는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이상향 즉, 분쟁과 미움이 없는, 사람다움이 행해지는 사회를 일구어보자는 염원이 이렇게 수많은 ..

흑산도 옆 영산도

하루 50명만 허락하는 ‘섬 중의 섬’ … 느린 트레킹·해상유람 ‘쉼 속의 쉼’[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4-05-16 09:16업데이트 2024-05-16 09:44영산도 선착장 옆 당산을 끼고 올라가면 목제 덱으로 만든 전망대가 있다. 영산도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자리다. 전망대 너머로 마을과 둥글게 휜 해안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동남아 휴양지를 연상케 하는 옥색 물빛이 인상적이다.■ 박경일기자의 여행20가구만 사는 ‘명품 섬’… 흑산도 옆 영산도‘명품마을’ 거듭난 계기24년전 태풍탓 우럭양식 피해섬 활성화 위해 국립공원 편입관광객 총량 정하고 상품 개발트레킹·해상투어 명소선착장옆 당산 끼고 올라가면마을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대‘코끼리 바위’ 석주대문 압도적구멍 사이로 24t 배 드나들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