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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출렁다리

진안군 주천면 운일암반일암 구름다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3. 21. 14:58

[전라도의 숨은 명산]

하늘을 유영하는 은빛 갈치, 220m 구름다리

 

테마산행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고문

  • 입력 2022.09.27 09:37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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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 운일암반일암 구름다리 개통

명도봉과 명덕봉을 잇는 220m 길이의 구름다리
 

‘북쪽에는 개마고원, 남쪽에는 진안고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진안은 고도가 높은 지대에 자리한다. 총 210km 길이의 ‘진안고원 천리길’은 지오트레일로 불리는데 이는 지형 지질 유산이 풍부한 길을 의미한다. 평균고도 300m에 위치한 진안고원 천리길은 100여 개의 마을과 40여 개의 고개를 넘는 길로 산과 강, 언덕 구석구석이 노천 지질박물관이다.

진안의 지질 명소들은 모두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반 융기로 태극 모양의 곡류하천이 생긴 천반산, 화성암이 만든 기암절벽 구봉산, 백악기 시대 형성된 역암 봉우리 마이산 등이 있다. 진안고원 천리길 14개 구간 중 주자천 계곡이 중심인 9구간은 경관이 빼어난 운일암반일암을 품고 있어 산행 및 피서 일번지다.

운일암雲日岩은 ‘바위가 높고 계곡이 깊어 구름만 오갈 수 있다’는 뜻이며, 반일암半日岩은 ‘햇빛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반나절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정도로 운일암반일암 일대는 과거 접근이 어려운 오지였다. 운일암반일암의 집채만 한 바위들은 백악기 중생대 8,000만 년 전의 흔적이다. 화산폭발로 용암이 여러 차례 분출하고 쌓이기를 반복하며 침식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 물줄기가 세차고 소가 깊어 안전사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계곡을 따라 걷기 좋은 3.3km 데크 숲길

계곡에는 1~2급수에만 사는 민물고기 꺽지가 많다. 그만큼 물이 투명하고 깨끗하다. 경치 좋은 계곡을 따라 걷는 운일암반일암 숲길은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다. 울창한 숲 그늘과 청량한 계곡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넓은 데크길에 호젓한 숲길과 정자가 있다. 노적봉쉼터에서 출발해서 무지개다리와 도덕정을 지나 와룡암에 이르는 편도 8.8km 구간만 걸어도 손색없다. 새롭게 개통된 구름다리까지 산행한다면 금상첨화다.

구름다리와 연결되는 운일암반일암 숲길

무지개다리에서 명도봉 정상까지는 1.5km이며 구름다리를 경유해 원점회귀 가능하다. 지형도를 보면 삿갓을 엎어 놓은 것처럼 오르막과 내리막 모두 급경사다. 초입부터 이끼 낀 까칠한 바위 구간이 계속되므로 미끄러짐에 주의해야 한다. 

적절한 지점마다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가끔씩 숲 사이로 나타나는 조망으로 인해 크게 답답하지는 않다.

정상은 잡목으로 시야가 막혀 있지만 정상 아래쪽 조망 터에서는 기차산을 비롯한 구봉산, 북두봉, 운장산의 파노라마 풍경이 펼쳐진다. 정상에서 남쪽 북두봉까지는 5.5km이고 더 나아가서 구봉산과 운장산으로 연계산행도 가능하다.

최첨단 공법으로 설치된 구름다리는 교량 기술의 결정체다.
 

하산길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너덜지대와 굵은 잡석들이 뒤엉켜 있다. 참나무와 키 작은 활엽수림이 많다. 북향인 산의 형태와 잔자갈이 많은 토양은 능이버섯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산책로 가는길’ 이정표에서 0.6km만 더 가면 명도봉과 명덕봉을 하나로 연결한 구름다리가 시선을 압도한다. 총공사비 약 46억 원을 들여 올해 7월 개통되었다. 80m 높이의 허공에 매달려 있는 220m의 구름다리는 은빛갈치가 우아한 비늘을 움직이며 하늘을 나는 듯한 모습이다. 운일암반일암 일대의 천혜의 경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고 상판 바닥이 송송 구멍이 뚫려있어 짜릿한 스릴도 맛볼 수 있다.

명도봉으로 오르는 까칠한 경사로.

산악 구름다리는 첨단 기술의 종합작품

기존의 산악 구름다리는 화려한 붉은색 위주이며 대부분 좌우에 주탑을 높이 세우고 주케이블이 상판 무게를 잡아주는 일자형 구조이다. 반면 명도봉 구름다리는 다리 중앙부 아래쪽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특이한 형태다. 왕복 교행은 불가능하고 한 방향으로만 건널 수 있다.

 

철 케이블을 이용하는 현수교는 길이가 긴 다리에 적합한 공법이다. 명도봉 구름다리 공법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바위를 철근콘크리트(앵커리지)로 단단하게 보강한다. 다음 양쪽 앵커리지 위에 기둥(주탑)을 2개 세우고 주케이블 두 가닥을 빨랫줄처럼 길게 늘어뜨린다. 그리고 앵커리지 뒤쪽을 단단히 잡아당겨서 고정시킨다. 주케이블 사이에 세로로 뻗은 강철선(행어케이블)을 내린 다음 상판을 연결해서 고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풍력, 높이, 장력, 교량길이, 하중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계산한다.

무지개다리 위쪽의 구름다리

 

구름다리는 탐방객을 20배 넘게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현재 전국의 산과 강에 설치된 현수교는 200개가 넘는다. 구름다리 개통이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는 까닭에 매달 1~2개꼴로 새로운 다리가 생겨나고 있다. 최초 타이틀, 최신 공법, 최장 길이 등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거창 우두산에는 Y자 구름다리도 생겼다.

전북지역에는 1980년 완공된 순창 강천산 구름다리(78m), 1985년 대둔산 금강 구름다리(50m), 2015년 진안 구봉산 구름다리(100m), 그리고 2020년 개통된 우리나라 산에서 가장 긴 순창 채계산 구름다리(270m)가 있다. 임실 옥정호 출렁다리(410m)도 8월 개통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기술력

 

1883년 미국 브루클린에 최초의 현수교인 브루클린 대교가 지어진 이래 우리나라의 현수교 건설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통한다. 지난 3월 튀르키예Türkiye 마르마라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차나칼레 대교는 전체 길이가 3,563m에 달한다. 현수교 기술의 핵심인 주탑 사이 거리가 무려 2,023m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이 다리는 여수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대교를 건설한 한국 기업이 만들었다. 1973년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인 660m 길이의 남해대교는 외국 자본과 기술로 준공했지만 이후 50년 만에 대한민국은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이룩했다. 다리를 건너는 것은 고작 5분 안팎이지만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구름다리를 보면 무한한 감동이 앞선다. 

산행길잡이

무지개다리-명도봉 이정표-정상-구름다리 이정표-구름다리-무지개다리(4km, 3시간10분)

노적봉쉼터-도덕정-무지개다리-구름다리-국민여가캠핑장-와룡암(10km, 4시간20분)

 

교통

 

서울 용산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면 삼례역까지 3시간 30분 소요된다. 운임비는 왕복 3만3,600원이다. 삼례역에서 고산 방향 군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대전 서남부터미널에서 대둔산휴게소까지 직행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대둔산휴게소에서는 완주 군내버스가 고산 방향으로 1일(6:40~19:50) 12회 운행한다. 진안버스터미널에서도 1일 14회 운행한다.

 

 

월간산 2022년 9월호 기사입니다.